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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둘째 주 생각 정리

    #1. 

    이번주에 가장 많이 들은 곡 :



    1. Vessel - Red Sex
    2. Jamie xx - NY Is Killing Me
    3. Jamie xx - I Know There's Gonna Be (Good Time)
    4. Lana Del Rey - She's Not Me
    5. The Vaccines - Handsome
    6. The Vaccines - Dream Lover
    7. Johnny Cash - God's Gonna Cut You Down
    8. The Libertines - Up The Bracket
    9. Jean-Michel Bernard - If You Rescue Me
    10. The Smiths - The Queen Is Dead



    저 앨범 모델이 알랭 드롱이었다니!

    원래 스미스는 별로 안 좋아했는데 요즘 몇곡을 들어보니 마음에 들어서 덕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음악을 귀로 듣는 건가 보는 건가....

    내가 앨범 재킷이나 뮤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곡을 절대 안 듣는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아마 Vessel의 'Red Sex'도 아가씨 트레일러가 별로였다면 듣지 않았을 것이다.




    #2. 



    '아가씨' 외국 트레일러에 나오는 곡이 너무 좋아서 이것만 하루에 백 번씩 들었더니 정신이 이상해져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날고기처럼 느껴지고 자꾸 비위가 상했다.

    열심히 살고 간만에 하루하루를 알차고 즐겁게 보낸 주였지만 그만큼 뭔가 역겨운 주였다. 행복하긴 한데 요 근래에 세상에 자꾸만 이상하고 무시무시한 일이 많이 일어났고, 그만큼 나도 괴상망측한 것들을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 예전에 프랑케슈타인 읽을 때 박사가 아내한테 "정말 악몽 같은 밤이로군."이라고 말하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는데 매일 밤마다 그 말을 하고 잠들고 싶었다.

    아무튼 주변 사물들이 자꾸 '광기'에 나오는 고깃덩어리처럼 역겹게 보였다. 자꾸만 뒤가 오싹해서 움찔거렸다.


    그나저나 '광기'가 단순히 얀 슈반크마이어가 포의 작품들을 여럿 뒤섞어서 오마주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원작 소설이 있었다. 포 얘기를 하던 중에 친구는 이 책의 영화 버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3.




    학교 식당 들어가는 길에 그림 일기가 잔뜩 붙어 있었다. 그냥 학교폭력 관련 홍보물이겠거니 하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친구랑 산책하면서 찬찬히 훑어보니 아동학대를 다룬 웹툰을 프린트한 것이었다. 너무 소름끼치는 내용이었다.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데 이 만화도 일조를 한 것 같다.




    #4.




    요새 아침잠도 줄고 속도 많이 좋아져서 행복했는데 화요일부터 복통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논술 수업 때 선생님한테 첨삭받고 있는데 자꾸 배에서 소리가 나서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오늘(금요일)에는 1교시 내내 딱 저 표정으로 멍 때리다가 곯아떨어졌다. 자는 동안에 내가 어디에서 이렇게 자고 있는 건지 궁금해했다. 






    공부하려고 책을 펴는데 날파리 시체가 또 눈에 띄어서 짜증났다. 빗자루로 쓸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했는데, 빗자루에 지난번에 먹었던 도리토스 부스러기가 그대로 녹아 끈적끈적하게 굳어 있었던 탓에 시체에 그 끈끈한 것이 엉겨붙어 정말 끔찍했다. 너무 역겨워서, 그리고 저 하찮은 날파리의 시체를 조금이나마 엄숙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빗자루에서 떨어지게 하려고 쓰레기통에 대고 쾅쾅 쳐대야 하는 것이 너무 싫어서 화가 치밀었다.

    공부하려고만 하면 자꾸 날파리 시체들이 튀어나온다. 그놈들을 볼 때마다 'Another One Bites The Dust'가 생각난다. 또 한놈 뒤졌구나.







    호밀밭의 파수꾼 여자 버전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샀다가 엄청 실망했던 만화였는데 최근 줄거리를 다시 떠올려 보니 쓸쓸하고 허전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한때는 참 친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각자 길을 가면서 멀어진 친구들이 생각나는 내용이었다. 지금 보니까 이니드 투덜거리는 게 나랑 완전 똑같기도 하고...







    그냥 독서실 사진을 찍었다. 구리게 찍혔지만 그래도 그냥 찍었다.

    아 그리고 갑자기 글 쓰다 생각난 건데 현충일 날 학교 나왔다가 연예인을 두 명이나 봤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것들에 대해 줄줄이 쓰다가 문득 떠오를 만큼 별로 인상적인 경험은 아니었다.




    #5. 


    수요일날 엄마랑 서대문역에서 만나서 지하철을 타야 했는데, 순간적으로 막 도착한 지하철에 엄마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곤 덥석 타버렸다. 건너편 열차에서 내린 엄마랑 그렇게 5분간 생이별을 해야 했다.ㅋㅋㅋㅋㅋ

    같은 날 교문을 나서는데 관광 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J.S. Express'라고 적혀 있었는데 'S'와 'E'가 너무 딱 붙어 있었고 하필이면 전봇대에 'J'가 가려져 있어서 처음에는 '아니 뭐 저런 숭한 이름이 적힌 버스가 다 있지?' 싶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레기...


    조만간 세 번째 면담을 하게 될 것 같다. 벌써 세 번이나 선생님에게 다짐했던 약속을 깨고 시험을 죽쒀놨기 때문에 이번에도 또 수시 쓸 생각 없다고 막무가내로 똥고집을 부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뭔가 영화에 나오는 반항아처럼 마이웨이로 "제 인생은 제가 결정합니다!"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멋진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막상 선생님이랑 대면했을 때는 엄청 수줍어하면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48%밖에 전달하지 못할 것이고, 또다시 어른들은 나를 수줍고 참한 학생으로 생각하겠지.



    #6. 


    친구랑 같이 언젠가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리라는 결심을 했다.

    지난번 일기에서 언급했듯이 그 나라에서는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격리시켜서 오로지 내 사상만을 주입시킬 것이고,

    거대한 벽을 도시 한복판에 세워 '콩팥의 벽'이라고 이름 붙인 뒤 흉악범들의 콩팥을 걸어놓아 시민들에게 악행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콩팥을 걸어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콩팥을 벽에 걸어놓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서워할 것 같았다.

    국민의 50%는 이전 세상에서 핍박받던 사람들이고, 나머지 50%는 그 사람들을 핍박하던 사람들이 될 것이다.

    핍박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핍박을 한것만큼 오랜 기간을 핍박받을 것이고, 그런 다음에는 '핍박하던 사람들을 핍박한 핍박받았던 사람들' 모두에게 벌을 준 뒤 다시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핍박하지 않도록 만들어야겠다.





    #7.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이 학교가 3년 전 내가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했던 그 학교가 맞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3학년이 된 이후부터는 우리 학교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매번 실망했다. 내가 가고 싶어하는 대학교에 가도 이렇게 한심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어찌나 옹졸한지 내가 뭘 조금만 잘못해도 그렇게 나쁜 놈 취급을 한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딱히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 예민한 것이다. 거기에 또 뿌루퉁해지는 나도 옹졸하고.




    #8.

    벌레들


    목요일날 학교 정원에 농약이 뿌려졌다. 오늘 체육관 가는 길에 온갖 벌레들이 길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 중 무당벌레 시체를 세 마리나 발견했다. 그래도 벌레 중에서는 무당벌레가 가장 사랑스러운데, 그렇게 작고 귀여운 애들이 죽어 있어서 슬펐다. 무당벌레 시체를 본 것에 대해 얘기했더니 친구가 절망했다. 며칠 전 등교하던 중 옷에 무당벌레가 붙어 있길래, 우리 학교 정원에는 꽃이랑 나무가 많이 있으니 살기 좋을 것이라며 정원에다 풀어줬는데, 그 때 무당벌레를 위해 해준 행동이 무당벌레를 죽인 행동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면서.



    야자하고 있는데 독일어과 친구가 찾아와서 나보고는 그레고르 잠자를 봤냐고 물었다. 처음에 그게 누구지 갸우뚱했는데 생각해보니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었다. 그레고르가 독서실에 있다고 하길래 같이 구경을 갔다. 야자 감독 선생님 자리 천장에 바퀴벌레 하나가 붙어 있었다. 가까이서 제대로 못 보기는 했지만, 그놈은 진짜 그레고르랑 똑같이 생겼었다. 바퀴벌레로서 자기 정체성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놈 같았다. 다른 바퀴벌레들이 그냥 바퀴라면 그레고르는 절댓값을 붙여서 좀 더 센 느낌의 |바퀴벌레|였다. 

    어쩌면 5, 6년쯤 전 고3 생활 첫날 갑자기 벌레로 변해버린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왔더니 엄마랑 아빠가 모습이 흉측하다면서 미리 만들어 놓은 간식거리를 집어던졌고, 그 간식이 등에 박혀서 빠지지 않고 썩어들어갔을 것이다.





    #9.





    외출증을 끊고 친구 (무당벌레를 풀어준 친구 말고 다른 애)랑 버블티를 마시러 나갔다. 쩐쭈나이차에 가려다가 몇 달 전 정동 쪽으로 공차가 새로 들어온 것이 기억나 그쪽으로 갔다. 이전에 공차를 두 번 마셔 봤는데, 첫 번째는 돈이 부족해서, 두 번째는 주문이 너무 헷갈려서 버블을 못 넣고 먹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점원이 토핑을 넣겠냐고 물었을 때 서울 촌년스럽게 토핑 종류가 뭐가 있냐고 물은 뒤 버블을 주문했다. 드디어 공차를 성공적으로 시켜서 먹은 거다. 그래서 더 맛있었다.

    카페에서 음료수 시키는게 뭐가 대수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뭔가를 끼적거리는 것 외에는 할 줄아는게 아무것도 없는 나로서는 이번 경험이 매우 뜻깊은 것이었다. 너무 뿌듯해서 여름방학 중에 엄마를 데려가서 공차를 사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10.


    5~6년 전에 블로그에 썼던 것들을 다시 읽어봤는데 일부 글들이 너무 쓰레기 같아서 비공개 처리했다.

    글에서 드러나는 분위기를 봤을 때는 지금 정서 상태가 과거보다 훨씬 더 쓰레기 같지만 (늘 울적하고 투덜거리니까) 내용을 봤을 때는 그 때가 오히려 훨씬 알찬 내용을 적었는데도 더 쓰레기 같다. 읽었을 때 내가 무슨 소릴 한 것인지 내가 모르겠디. 그냥 읽으면 내가 저렇게까지 무뇌충이었나 싶을만큼 창피해지는 글들이었다.


    #11.


    http://flavorwire.com/368476/the-intriguing-passports-of-20-famous-artists-and-writers/view-all

    헤밍웨이도 버지니아 울프도 데이비드 보위도 모두 내가 본 다른 사진들이랑 여권 사진이 똑같이 나왔다. 제기랄... 그럼 나도 내 여권 사진 그대로 생겨먹었다는 거잖아.






    #12.

    학교
    • 좋은 점 : 집에 갈 생각에 설렌다.
    • 나쁜 점 : 집이 아니고 지루해서 화가 난다.

    • 좋은 점 : 집이다.
    • 나쁜 점 : 막상 돌아오니 지루해서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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