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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찾아간 이화외고

    오늘따라 일찍 일어나서 아침 일찍 교보문고를 갔다....


    이 책 보고 이뻐서 집어 들고, 진 웹스터 라는 이름에 데자뷰를 느끼고, 내용에 데자뷰를 느꼈는데 한참 뒤에야 Daddy Long Legs=키다리 아저씨임을 깨닫고 충격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킨들에 내가 읽은 아그네스 그레이랑 같은 시리즈(즉 표지가 핵 구림)를 무료로 팔고 있고, 이 펭귄 클래식 버전은 14달러나 되는데 그냥 무료를 살지 아니면 이쁜 일러스트도 중간중간 나오는 펭귄 버전을 살지 고민이다. (참고로 펭귄 클래식은 키다리 아저씨 외에도 다른 단편이 하나 더 수록됨) 종이책보다 18,000원을 더 싸게 사느냐 아니면 2000원을 더 싸게 사느냐의 문제인데... 일단 지금 읽고 있는 책 두 권이라도 빨리 해결하고 봐야겠다.
    맨날 교보 가거나 아마존 구경하면 사고 싶은 책 계속 추가되어서 원래 책 읽으려던 순서 다 망가짐...
    (원래 내 계획은 Valerie and Her Week of Wonders+In the Shadow of Men을 읽은 뒤 -> 학교 중도에서 아무튼 비건을 빨리 해치우고 -> 기억 꿈 사상이나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를 읽을 계획이었다...)


    *


    원래 교보문고 잠깐 들렀다가 박물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or 서울역사박물관) 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우리 학교는 많이 변했을런지 궁금해져서 충동적으로 모교를 찾아갔다.
    살면서... 가장 굴곡 많던 시기가 고등학교 다닐 적이었기 때문에 한동안은 학교 생각만 해도 목이 메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졸업할 때만 해도 이렇게 내가 학교를 다시 가보고 싶어하게 될 줄은 몰랐다.. 서대문~정동 일대는 언제나 좋았고 늘 그리웠지만 학교 안에까지 들어가서 한바퀴 돌고 싶은 적은 없었거든... 맘 아플 때마다 하도 열심히 산책했던 곳이라 찾아가면 또 그때 생각이 날 것 같아서...


    이화여고에서 우리학교로 건너갔는데 삼일절을 맞아 이화 출신 독립운동가 관련 전시를 하고 있었다.



    유관순 열사가 빨래하던 우물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였는데(이유는 별것 없음… 신기해서…) 잊고 지내다 다시 보자 처음 입학해서 학교 돌아다니다 발견했던 날만큼이나 애국심 차올랐다.

    ??? 저 멀리 학교 체육관 뒤쪽에 위치한 건물에서 졸라맨 그림을 발견했다ㅋㅋㅋㅋㅋㅋ

    1, 2학년 때는 야자 하다가 쉬는 시간에 여고 쪽으로 산책하다 돌아올 때가 많았는데 어느날 밤에 이 석상이 너무 무서워서 다시 학교로 도망간 적이 있었다. 한번도 무섭단 생각을 안 했는데 그날따라 갑자기 너무 무서웠음





    2019년 2월 (좌) / 2014년 10월 (우)


    교정이 봄~가을에 아무렇게나 찍어도 진짜 예쁜데 아직은 겨울이라 많이 황량했다.. 5월, 10월이 가장 예쁠 때인데.

    2019년 2월 (좌) / 2014년 5월 (우)

    오른쪽 사진은 내가 학교 서포터즈도 하고 한창 학교를 사랑할 때 찍었던 사진.
    겨울에 잉어들은 모두 어디로 보내는지 늘 궁금했는데 아직까지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이 냇가 이름이 예전에 좋아하던 선생님 성함을 딴 거였는데... 연락 못드리다가 최근에 학교 홈피 가보니까 이제 은퇴하신 것 같다. 지금 재학생들은 여기 이름의 유래를 모르겠지?


    나 2학년 때 신발장도 반가워서 찍었다. 그러고 보니 단짝 신발장도 같이 찍혔다.
    우리 이후로 인원이 급격하게 줄어서 더 이상 쓰일 일이 없는(사실 수능 전날에 고1, 고2들은 안 쓰는 신발장에다 자기 물건 다 쑤셔넣고 그랬음ㅋㅋㅋㅋㅋㅋㅋㅋ) 신발장들은 다 치워버렸는데 19번은 아직 무사하다.
    교실 들어가다가 막 세큐리티 울리고 그러지 않을까 좀 걱정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 교실만 잠깐 구경하려다가 칠판에 내가 다시 고3때 나를 마주할 수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들 적어주고 왔다^^ (혹시라도 학교 검색했다 이걸 읽고 계시는 분이 계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내신을 버리지 마십시오..)

    이거 고1때 까불다가 잘못해서 저 너머로 굴려버린 적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굴러갈 줄 전혀 예상 못했는데..... 데구르르르르 (딱 이 소리였음) 하더니 언덕 아래로 굴러가버려서 벙찐 채로 지켜봤다




    학교 면접볼 때 미리 도착해서 부모님이랑 여기서 잠깐 기다리다가 학교 들어갔는데... 추억...


    *
    학교 나오면서 선생님들 멀리서 오는 걸 몇 번 목격했는데 계속 숨어서 지켜만 봤다. (근데 선생님들 몰래 지켜보는거 은근히 짜릿...?했음 약간 컴퓨터 게임하는 느낌... 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경비아저씨 계시면 커피 사드리려고 했는데 경비실 지나가면서 제대로 확인을 못했다ㅠ 봄에 다시 들를 일이 생기면 그 때 제대로 확인해봐야지. (아저씨... 저 등교할 때마다 마주치면 이변호사님이라고 불러주셨지만... 전 그새 회계사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

    학교에 다시 돌아가보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변한 것이 거의 없었다. 2층 게시판에 쪼그만 거울이 붙은 것 정도가 가장 큰 변화였다. 나머지는 예전 모습 그대로라 내가 교복 입고 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니라는 실감이 들지를 않았다. 그리고 우리 학교가 정말 컸다는 걸 집에 돌아와 근육통을 느끼면서... 새삼 실감했다(운동부족인 거 인정하기 싫음)
    다시 찾아가 보니 내가 학교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학교가 직접적인 요인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내가 학교를 다니던 중에 삶이 그렇게 흘러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이 이곳에서 다시는 바꿀 수 없을 만큼 큰 변화를 맞이했기에 내게는 도무지 떼어놓을 수 없는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고.
    어디선가 계속해서 나를 재보고 평가하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처음 안겨주었던 곳을 마음을 비운 채 둘러보고 나니 한결 후련했다. 갑갑함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를 옭아매던 무언가를 하나 떼어내고 이제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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