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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05월의 책

    폭스파이어 / 조이스 캐럴 오츠 

     

     

     

     

    내 인생영화인 스탠 바이 미를 여성서사로 바꿔놓은 것만 같은 소설이었다. 여성 서사 소설의 대표격으로 불려도 부족할 게 없을 작품인데 인지도가 너무 낮은 게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까지 본 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아무리 주체적, 입체적이라 해도 '지적이다'는 요소 이상의 특성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렉스는 성별만 남자로 바꾸면 누가 봐도 전형적인 반항아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는 캐릭터였기에 흥미로웠다. 

    +) 책을 다 읽고 나서 1996년에 제작한 영화판을 봤는데 영화는 원작에서 다루는 하층민 여자 청소년들이 겪는 억압과 우정을 90년대 특유의 하찮은 성장물 스타일로 바꿔버려서 실망했다. (감독이 안젤리나 졸리 광팬이었는지 졸리가 엄청 멋있게 나온다는 것 말곤 정말 건질 게 없는 영화였다. 졸리가... 진짜... 폭풍간지...ㄷ...)

     

     

     

     

    지식인을 위한 변명 / 장 폴 사르트르

     

     

    동아리에서 읽은 세 번째 책. 배운 것만 많고 무기력한 '지식인'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분명하게 제시해 주는 책일 줄 알았지만 단순 이런 주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계급 문제에 대해서도 다뤄지는 책이었다. 덕분에 단순히 '배운 자'만을 지식인으로 규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여기 언급되는 이야기들이 요즘의 사회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읽었다. 초반부는 내가 발제를 맡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랑 여러 얘기를 나눌 수가 있어서 더 영양가 있게 읽었는데 후반부는 다른 일정으로 모임에 가지 못해서 그냥 혼자 읽는 것으로 그친 게 아쉽다. 

     

     

     

    제비뽑기 (The Lottery and Other Stories) / 셜리 잭슨 

     

     

    최근에 알게 된 작가들 중 셜리 잭슨이 단연 최고다. 단편집은 서사의 흐름이 중간에 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잘 안 읽는 편인데 이건 반나절만에 다 읽었음... 별 것 아닌 듯한 이야기로도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내서 읽는 내내 이 사람은 천재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들은 '유령 신랑'과 '소금 기둥'. 둘 다 무서운 요소 없이도 소름돋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단편이었다. 전자는 갈수록 결말을 예측할 수가 없어서 주인공과 함께 점점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후자는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숨막히는 공포감을 무척 잘 표현했다. 나도 이렇게 불필요한 미사여구 없이 술술 쓸 수 있는 글재주가 있으면 좋겠다...

    +) 셜리 잭슨은 진지하고 무거운 소설만 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수록된 '당신 먼저, 친애하는 알퐁스'와 '찰스'는 사람들의 속물적인 심보를 돌려까면서도 엄청 웃긴 소설들이었다.

     

     

     

     

    Blue is the Warmest Color / Julie Maroh 

     

     

    내 취향의 그림체는 아니라 초반에는 조금 몰입이 안 되었는데 감정 묘사가 무척 좋아서 단숨에 다 읽었다. 사랑 뭐 이런건 내가 겪어본 적 없으니 잘 모르겠고 클레망틴의 혼란스러운 심리상태에 몰입해서 읽어서... 주인공보고 누가 뭐라 그러거나 괴롭히는 장면만 나오면 내가 다 상처를 받으면서 읽었다. 이게 스포가 될지는 모르겠는데 엠마가 클레망틴 집에서 알몸으로 활개치고 다닌 거랑 그렇게나 엠마를 좋아하면서 바람피다 걸린 클레망틴의 행동은 아무리 곱씹어 봐도 이해가 가진 않지만ㅋㅋㅋㅋㅋ 하... 넘 좋아서 다 읽은 다음에 피곤한데도 평소처럼 바로 곯아떨어지질 못하고 한참 결말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다. 

     

     

     

     

     

    탈코일기 (1) / 작가1 

     

     

    일단 잘 읽었고, 아직까지도 탈코르셋처럼 사람들이 수면 위로 오르기를 무척 꺼려하는 문제를 논하는 책이 이렇게 출간되는 것은 (특히나 전문적인 서적보다 이해하기 쉽게끔 만화의 형식으로 나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2권까지 마저 읽어야 책에 대한 전체적인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Like Water for Chocolate / Laura Esquivel 

     

     

    좀 이상한 얘기지만 나는 로맨스는 싫어해도 '팬텀 스레드'라던지 '폭풍의 언덕'처럼 남녀가 서로 인생을 갉아먹는 거지같고 지독한 사랑 얘기는 좋아하는데(ㅋㅋㅋㅋㅋ) 이 책은 오히려 여주와 남주 간 관계가 너무 거지같고 막장이라서 혐오감을 참고 간신히 끝까지 읽었다. 일단 남주가 너무 극혐이었다. 집안에서 결혼을 반대하면 여친 데리고 야반도주하면 될 것을 굳이 애인 곁에 늘 있고 싶다는 요상한 논리로 티타의 언니랑 결혼하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고, 그 이후에는 아내한테 잘 해주지도 못할망정 너무 육욕이 강한 것처럼 묘사되어서 징그러웠다. 솔직히 티타한테 하는 짓거리 보면 딱히 티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고 걍 쓰레기 같았다. 으;;; 근데 남주가 정상적인 놈이었다 하더라도 이 소설 자체가 내게는 그 어떤 흥미도 일으키지 못하는 섹슈얼리티를 부각하는지라... 딱히 재밌게 읽었을 것 같지는 않다.

    5월의 독서는 시작은 매우 아름다웠으나 불행스럽게도 이 책으로 눈갱을 하면서 마무리를 지었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