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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2? 초3무렵의 일기장을 보면 대부분이 '너무 힘든 날이었다'로 시작을 했다.
    뭐 딱히 괴로운 일도 없었고 들개마냥 여기저기 쏘다니며 놀던 나이에 대체 뭐가 그리 힘들었던 것인지는 지금까지도 알 수가 없지만... 10년 뒤에는 매번 '너무 힘든 한 주였다'로 일기를 쓰게 될 줄은 몰랐지... 또르르... ^^




    *




    방광염이 다시 재발해서 죽을 것 같다. 한동안 이제 싹 나았나보다 싶을 정도로 쌩쌩했는데!! 그 무렵보다 더 잘 먹고 댕기는데 대체 왜!!! 왜냐구!!!!!!!!
    방광염을 앓는 동안은 하굣길이 유독 더 지옥의 길을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사람이 많이 몰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죽어버리기 일보직전 상태인데 사람들은 계속해서 길을 막거나 부딪혀 오고, 주변에 불이라도 질러 버리고 싶은 내적 폭력성은 점점 강해지는데 실제로 그 분노를 표출하기에는 몸은 극도로 약한 상태이고... 이 병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극도로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그냥 약쟁이처럼 수시로 항생제를 털어먹는 모습이 너무나도 나약하게 느껴져서 적잖이 수치스럽다. 대체 언제쯤이면 이 병을 떨칠 것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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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에 비가 내려서 동네에 핀 장미꽃들이 모두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데 그걸 비둘기들이 주워먹고 있었다.
    진짜 별 걸 다 처먹네... 싶으면서도 장미꽃을 먹는 비둘기라니 좀 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리에서 그윽한 향기가 날 것 같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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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이미 성공한 것들로 포화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능력이 넘치는데도 나설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랐는데, 요즘은 세상에서 고쳐야 할 것들이 넘치는데도 내가 역량이 딸린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래도 이전만큼 심각하게 자기혐오에 시달리지는 않는데, 정말 불필요할 정도로 끊임없이 흘러 넘치는 근심과 자괴감의 물결을... 대체 어떻게 해야 머리 밖으로 빼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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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학 원론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중간고사 때와는 다르게 족보를 봐도 딱히 미리 준비할 수 있는게 없어서 그냥 이론 정리한 것만 쭉 읽어보고 있다... 저기 나온 무관심형은 딱 저에게 해당되는 유형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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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강을 하면 숏컷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
    7년 전에 모발 기부할 겸 단발로 잘랐다가 너무 안 어울려서 죽도록 후회했던 경험도 있고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고들 해서 걱정도 되지만... 지금 당장 내 모습 중에 뭐라도 하나 버리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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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일 날 수업 시작하기 전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예약도서를 찾으러 갔다. 오후 공강 시간에 다 읽어서 2권을 빌리러 다시 갈까 생각했는데 귀찮아서 일단은 미뤄뒀다. 기말고사 끝나는 대로 마저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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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일에 처음으로 생협 비건도시락을 먹었다. 밥을 많이 안 먹는 (어릴 때부터 먹는 양이 적었던 탓에 이걸 '안'이라고 해야 하는지 '못'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참 헷갈린다) 나는 양이 딱 알맞았지만 확실히 다른 도시락들에 비해서는 적다는 게 느껴졌다. 생각보다는 훨씬 맛있어서 나가서 식사하기 귀찮을 때면 사먹어야겠다. 참고로 다음 번부터는 과일은 꼭 방울토마토-사과-청포도 순으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과일들 먼저 먹고 나서 토마토를 먹으면 유독 맛이 밍밍하고 별로다.
    학문관 나오는 길에 웬 남자분이 퀴즈 맞추고 다이어리를 받아가라고 해서 사이비인 줄 알고 손사래를 쳤다. 알고보니 학교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을 홍보하려고 나온 사람들 중 하나였다. 사실 이 때 머릿속이 복잡해서 설명 듣던 중 잠깐 딴 생각을 했던 탓에 퀴즈 풀 때 혹시라도 틀릴까봐 은근히 긴장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맞췄다. 생리대 같은 경품들도 있었지만 10년치 일기장이 딱 한 권 남았다는 말에 일기장을 받아갔다. 엄마가 지금 쓰는 다이어리는 무척 불편하기 때문에 엄마에게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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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는 동기를 데리고 빕스에 갔다. 요 친구는 사람들과도 열심히 어울리고 그지같은 상황에서도 똘똘하게 대처할 줄 알며 요상하게 돌아가는 세상도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폐쇄적인 시스템 안에서 갇혀 지내면서는 보기 불가능했던 활기라는 걸 갖고 있는 사람이라 내게 좋은 의미로 충격을 줬다. 사실 나는 장기간 올드보이급 폐쇄적 생활을 했거니와 내 절친들도 다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의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간만에 운동을 하는 것처럼 약간 숨이 찼고 무척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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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금요일에 필기해둔 거 보고 혼자 피식했다. 그날 피곤한데 잠들지 않으려고 기를 썼던 기억은 나는데... 저렇게나 영혼리스한 필기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회정원은 진도가 느린 편이라서 기말고사 준비하는 기간이 몹시 빡빡해질 것이 예상되어 조금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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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으러 갔다가 또다시 전날 내게 센세이셔널한 충격을 준 동기와 우연히 마주쳤다. 내가 식당 창가에 혼자 앉아 있었고 동기는 내가 있는 걸 보고 와서 아는 척을 한 거였는데 그냥 새삼스럽게 참 좋은 새럼이군^^ 이러고 혼자 뭉클해져서 음흉하게 웃음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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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국내에선 개봉하지 않은 영화인 'Vita&Virginia' 검색해 보다가 비타 색빌웨스트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란도'의 모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비타의 소설은 번역된 책이 단 한 권도 없어서 킨들로 읽어보려 하는데,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 때문에 번역서로도 읽기 힘든 버지니아 울프와 교류하던 사람이라면 이 사람 소설도 나른해서 원서로 읽기 힘들지는 않을까... 싶다. 그래서 돈도 아낄 겸 일단은 킨들 구매하기는 보류 중.
    그리고 저 영화 꼭 국내개봉해서 모모에서 상영해 주면 좋겠다. 버지니아 울프 역인 배우 모습도 너무 좋구... 콜레뜨랑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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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창립기념일이라 수업이 없었지만 단짝1과 같이 이날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단짝2를 만나 셋이서 점심 먹기로 화요일부터 약속을 잡아놨었고, 단짝1이 예정에 없었던 교생 실습을 갑작스럽게 나가게 되었기 때문에 나홀로 공부를 하러 갔다. 고3때도 휴업일에는 절대 등교 안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아침 일찍 학교에 공부하러 가는 대학생인 저를... 놀려대더군요... ^^
    깜빡 잠들었다가 을지로 입구역이라는 방송을 듣곤 좀있다 다시 정신차려야지, 했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가, '아차'싶은 순간 깨어나보니 홍대입구역에서 열차가 출발을 하고 있었다.





    합정에서 내려서 다시 학교로 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짝2와 점심 때 만나서 소녀방앗간에서 점심을 먹었고 내가 갖고 있던 배스킨라빈스 쿠폰으로 카푸치노 블라스트를 사 마셨다. 단짝2에게 대동제에서 산 굿즈 몇 개를 줬는데 무척 좋아해서 이번에도 수요일 날 엄마에게 학교에서 받은 다이어리를 줬을 때처럼 머쓱했다. 이번 주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내 보잘것없는 선물을 지나치게 좋아해주는 주였나 보다.
    아, 그리고 배스킨라빈스를 여태까지 '베'스킨 라빈스로 쓰다가 '배'라는 걸 쿠폰 쓰면서 깨달았다.





    축제날 품절되어서 예약주문을 했던 카드지갑을 이 날 받았다.
    드디어 고등학교 창립기념일 날 받았던 카드케이스와 작별을 고했다!
    (그러고 보니 고1때부터 내 카드지갑은 줄곧 창립기념일 날 이화에서 받은 카드케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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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그린 통바지를 입은 사람 낙서인데 귀엽고 맘에 들어섴ㅋㅋㅋㅋ 저장했다.
    (요즘은 다들 스키니 잘 안 입고 통바지를 입어서 좋다는 얘기를 가족 단톡에서 하다가 튀어나온 낙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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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메모에서 필요없는 글들을 정리하다가 이런 메모를 발견했다.


    "어떤 타인이 나를 전적으로 책임지기에는 나는 너무 비상하고, 까다롭고, 총명하다. 누구도 나를 완전하게 알거나 사랑할 수 없다. 오직 내 자신만이 나와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 뿐이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이런 글을 어디서 보고 적어 둔 것인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큰 힘이 되는 글이었다. 나나 내 친구들 모두에게 지금 가장 도움이 되는 충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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