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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08 독서

    안드로이드는 전자양의 꿈을 꾸는가? / 필립 K. 딕

     

     

    '블레이드 러너'에 영향을 준 소설로만 알고 있었는데 읽어보니까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었다. 내용이 거의 99.9% 같다. 그리고 영화를 엄청 지루하고 재미없게 본 나로서는 (이걸 2012년부터 보기 시작해서 계속 포기하다가 끝까지 참고 보는 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영화만큼이나 조용하고 곰팡내 나게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영화처럼 보는 데 5년이 걸리진 않고 5일만에 다 읽기는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라리 영화는 시각적으로라도 뭔가 뿅뿅 쏴대고 불꽃 튀기고 이런 장면이라도 있지.. 소설에서는 주인공보고 주변 사람들이 자꾸 넥서스 6이 겁나게 위험한 안드로이드니 함부로 깝치지 말고 조심해서 잡으쇼! 라고 하는데 정작 주인공은 별다른 힘 한번 들이지 않고 무척 시시하게 안드로이드들을 조진다. 그리고 이걸 읽을 무렵에 어딘가에서 남자 작가들은 섹스를 집어넣지 않고는 소설을 쓰지 못한다, 라는 글을 보고 내가 본 소설들도 그랬었나? 하고 한참 그동안 읽은 책들을 되짚어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여기에서도 '치명적이고 위태로운 여자인 너를 죽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조강지처를 뒤에 두고 너랑 자고 싶다' 식의 클리셰가 나와서 한참을 웃었다. 

    하도 여기저기서 언급이 많이 되는 유명한 소설이라 영화에 비해선 훨씬 뛰어난 소설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내겐 그저 너무 시시하고 진부한 소설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 어떤 대단한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 사람 소설을 다른 걸 더 읽어보기 전까진 노잼인 작가라고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이 책은 엄청나게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번역도 후졌으니 차라리 킨들로 읽는 게 나았을 듯하다.

     

     

     

     

     

    Marya: A Life / Joyce Carol Oates

     

     

    초반부까지만 해도 아주 재밌진 않아도 꾸역꾸역 읽을 수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주인공이 가진 트라우마의 근원인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스릴감 있되 절절하게 전개되는 소설일 줄 알았지만 폭스파이어와 같은 속도감 있는 전개도 통쾌감도 없는 불행 포르노였다... 산 게 아까워서 억지로 다 읽어보려고 했으나 도무지 더 읽을 수가 없어서 중도 포기. 언젠가 마저 읽을 때가 오긴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읽을 생각만 해도 독서가 물릴 정도로 싫다.

     

     

     

    레베카 / 대프니 뒤 모리에 

     

     

     

    조이스 캐럴 오츠 소설을 기점으로 한동안 독서 슬럼프에 빠져 있던 나에게 다시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만들어 준 책이다. 600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소설이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흡입력 있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주인공이 내 또래의 사회초년생이라 사회생활 하는 데 버거움을 느끼는 묘사가 나올 때마다 아이구 생각만 해도 내가 다 긴장해서 배가 쌀쌀해지네 하면서 엄청 몰입하고 읽은 것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영화는 소설보다 장면 하나하나를 시각적으로 더욱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지만 배우가 아무리 열연을 하더라도 마치 인물의 몸가죽 안에 내가 들어가 그의 심리를 세세하게 이해하고 공감하게끔 할 수는 없기에 심리 묘사에 있어서는 소설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감독의 역량이 보통 뛰어난 것이 아닌 이상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결코 원작을 따라올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인데, 이 소설이 특히나 그런 내 견해를 더욱 굳게 만들었다. 히치콕의 영화는 식상한 고전 스릴러 영화에 그치고 말았지만 소설의 경우에는 영화에서 시간 제한으로 인해 건너뛰어야 했던 세세한 설정이나 심리 묘사가 훨씬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영화가 관객들의 흥미를 노리고 '레베카가 대체 누굴까?'라는 의문점을 품게 유도한다면, 소설은 새로운 드윈터 부인이 사람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이전 부인인 레베카와 비교당하면서 느끼는 심리적 고통을 독자가 함께 느끼게끔 유도한다. 여기에 더해 영화에서는 정숙하지 못한 레베카와 심성 고운 드윈터 부인을 대비하는 구조로 그치고 말았지만 소설은 드윈터 부인의 목소리를 빌려 은근하게 드윈터 씨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까기도 해서 흥미로웠다. 심리묘사도 탁월했거니와 결말도 정말 'haunting'하게 끝나서 무척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다.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 켄 크림슈타인

     

     

     

     

     

     

    7월에 한나 아렌트 관련 철학서를 학교에서 빌렸다가 게임에 미쳐 버려서 마저 못 읽고 반납한 것에 미련이 무척 크게 남아 있던 참에 (예약한 벗이 있어서 대출연장을 할 수가 없었다) 발견해서 읽은 만화책. 한나 아렌트 하면 '악의 평범성' 밖에 모르고 있었는데 덕분에 아렌트의 삶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지난달에 읽은 책에서는 조금은 복잡하게 느꼈던 그의 철학에 대해서도 아렌트의 삶을 알고 나니 좀 더 쉽게 뇌리에 들어왔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웃긴 장면도 꽤나 많아서 덕질하기에 최적화된 만화책이다. 어쩌면 그의 철학이 이 세상 전반에 대한 내 의문점에 대해서 어느정도 해답을 줄 수 있겠다 싶어서 올해 말이나 내년쯤에는 인간의 조건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페르세폴리스 / 마르잔 사트라피

     

     

     

     

     

     

    이걸 처음 읽었던 게 열두살 때였고, 그 때는 사트라피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도 학교에서 빌려 읽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었지만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간 내용도 많았다. (당시로서는 혁명이 성공했는데도 어째서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가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고 아 그냥 엄청 혼란스러운 나라구나... 정도였음) 10년이 지나 역사에 대해서도 좀 더 알게 되고 나서 보니 여러모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보여 이야기가 훨씬 더 공감 가고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19~20세기에 서구 열강한테 호구짓 당한 나라들은 국외에서는 여전히 그들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국내에선 서로 정치질로 죽여대는구나 싶어서 씁쓸한 감정도 컸다.  

    2권은 어릴 때는 못 읽어본 채로 이번에 처음 읽어본 건데 2권 시점 마르지의 모습이 혼란한 사회 속에서 우울감에 젖은 20대의 모습이라 그런지 어찌보면 1권보다 더 감정이입 하면서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1권 못지않게 여러모로 이란과 우리나라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도 있었고 (1권에서는 근현대사가 어떻게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면 2권은 여성의 삶을 비교할 수 있었다) 결국 주인공이 모국의 억압적인 현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다시 유럽으로 떠나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진다기보다는 무척 슬펐다. 제3세계 여성에게 모국에서의 삶은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모든 차별을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고,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에서의 삶은 이방인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살아야만 하니 온전한 자유라는 걸 누리기는 참 힘든 것이다. 여러모로 세상은 괴롭다.

     

     

     

     

     

    Howl's Moving Castle / Diana Wynne Jones

     

     

    요즘 킨들에 권태기가 옴에 따라 뭐라도 값싸고 내용도 가벼운 거 하나 읽어야겠다 싶어서 읽은 책인데 영화보다 훨씬 재밌었다. 영화를 본 다음에 뭣도 모르고 소설을 사서 읽었던 어릴 적의 기억으로는 한 챕터 한 챕터가 너무 길어서 힘들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15년의 세월이 흘러서 보니 오히려 너무 짧았다;;; 이걸 봐선 아마도 어스시의 마법사도 다시 읽어보면 훨씬 재밌고 덜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2, 3권도 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재미가 있는 소설은 아니고, 솔직히 말하자면 판타지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텐션 따위는 없는 시시한 소설이지만 오히려 이 점이 판타지 특유의 비장함(이 비장함은 작가의 필력이 떨어질 경우 매우 주접스러운 중2병 감성으로 전락하고 만다) 없이 담백하게 느껴져서 정말 딱 머리 식힐 겸 읽기에 적합하다고 느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이야기 전개가 더디다가 마지막 장에 가서야 작중의 모든 갈등관계를 부랴부랴 종결지은 것. 특히 황야의 마녀는 앞서 언급한 '안드로이드는 전자양의 꿈을 꾸는가?' 만큼이나 시시하게 최후를 맞이해서 예? 벌써요? 죽었다구요?? 싶었고 하울과 소피의 관계는 마지막 장에서 서너문장 만에 트루럽을 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90년대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의 첫사랑인만큼 하울에 대해서도 언급을 꼭 해야겠는데 (지금은 전범 찬양이나 한다던지 형편없는 만화만 내놓고 있지만 한때는 지브리도 내 친구들 중 어릴 적에 하울이나 하쿠앓이를 하지 않은 아이가 없을 정도로 좋은 내용에 바람직한 캐릭터들을 많이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일본에서 저런 남성 캐릭터들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꽤나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함...) 읽으면서 생각한 건데 의외로 하울 모습이 영화판 모습으로 안 떠오르고 약간 제임스 맥어보이 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과 영화 모두 본 친구들은 원작 하울은 너무 인성이 박살났다면서 다들 영화판 하울을 훨씬 더 좋아했는데 나는.... 얼마나 달달한가! 보다는 얼마나 내가 주인공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가!를 더 중요시해서.... 책의 70%를 읽도록 소피와 이어질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를 않는데다 세상 등진 관종끼에 김첨지의 아우라가 흘러넘치는 원작의 하울이 더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선 여성 첫 세계일주기 / 나혜석

     

     

     

    2010년대를 살아가는 나도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들을 90년 전에 나혜석은 이미 다 가보고 유명한 원화들도 다 봤다는 사실에 1차 충격이었고 그 당시에 컬럼비아 대학에도 조선인 유학생들이 많았다는 사실에 2차 충격을 받았다. 영국인 여성 참정권 운동가와 나혜석이 했던 대화는 폭풍감동 그 자체..... 매우 진부한 감상평이지만 이 시절에도 이렇게나 많은 걸 누리고 진취적이었던 인물들이 있었는데 지금을 살아가는 내가 패배주의에 젖어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하는 일마다 꼬이는 것 같고 불안감이 엄습할 때면 떠올릴 구절들이 많은 책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이 기행문이 20세기 초반을 살았던 '동양인 여성'이 바라본 서양의 모습을 관찰한 기록이라는 것이다. 이제껏 보아온 19~20세기에 출판된 기행문들은 보통 서양인 남성이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방문해서 쓴 글들이었고, 지나치게 몰이해한 시각으로 서술되어 불쾌한 표현들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서양인 남성'의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나혜석이 서양인들의 문화와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네, 라고 서술하는 것이 색다르고 귀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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