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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Bottomless Hole

     

     

    현재 내상태...!

    중간고사 끝난 뒤로 쉴틈도 없었는데 어느새 기말고사가 다가왔다!!

    존버해야 하는 과목이 2개가 되었다!! 막막하다!!

    요새는 너무 바빠서 '오늘 할 일을 미루면 내일은 더욱 주옥된다!!'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복습만 할 뿐 제대로 배워나가는 건 없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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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 과목 하나가 논술을 너무 개차반으로 쳐서 쓸쓸한 마음에 또 요걸 들었다. 슬플 때는 무조건 베토벤의 클래식을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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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잃는 것도 얻는 것도 없는 시기가 있었고, 잃기만 하던 시기도 있었다. 이제는 얻는 게 많은 시기가 된 것 같아서 힘들어도 예전보다는 훨씬 꿋꿋이 버티고 즐겁게 살고 있다.

     

     

    +) 잃기만 하던 시기에는 정말 그야말로 쓸쓸하기 그지없어서 지금 생각을 해봐도 너무 슬프다. ㅋㅋㅋㅋㅋㅋ 단짝친구가 갑자기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고, 나도 오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집을 옮겼는데 그 곳이 내 인생 최악의 동네였다. (사실 내 인생 최악의 시기를 겪은 곳이기도 해서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음) 좋아하던 밴드가 여혐 퀴혐을 해서 탈덕하게 되었고 믿었던 선생님에게 발등을 찍히기도 했고 진심으로 좋아했던 선생님은 내가 졸업을 할 때까지 복직하지 않으셨다. 그냥 갑자기 생각해보니 정말 잃은 것밖에 없던 시기라 넋두리를 절로 하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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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교하던 길에 이상한 아저씨가 시비를 털었다. 

    야, 야! 비켜, 야, 비키라고! 에이씨, 진짜, 라고 하면서 계속 조그맣게 궁시렁거렸는데, 나는 분명히 에스컬레이터에서 줄 서 있는 쪽에 제대로 서 있었고, 그날따라 역이 한산했기 때문에 굳이 내가 비켜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냥 흘려듣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 지금 나한테 지랄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온몸에 털이 곤두섰다.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라 나보고 뭐라 한 것인지 확신이 들지도 않았고 굳이 내가 비켜주지 않아도 될 듯해서 그냥 가만히 버티기는 했다만... 솔직히... 뒤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도 가늠이 가질 않아서 그 잠깐의 순간 동안 저 사람이 갑자기 내 머리채를 잡거나 (숏컷이라 잡힐 리도 없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고민해 보고 혹시나 진짜 미친놈이라 뒤에서 나를 흉기로 난자해 대지는 않을지 온갖 생각을 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다음에는 뒤돌아서 상황파악을 할 엄두도 못 내고 최대한 빨리 밖으로 나갔다.

    지난 학기에는 지하철 내릴 때가 되어서 문가 쪽에 가서 서 있는데 옆의 할아버지가 한참 위아래로 나를 훑어보더니 갑자기 나를 똑바로 보면서 혀를 찬 적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혀를 찼다기보다는 뭔가 불쾌한 말을 하려는 듯했다. 남자한테 처음으로 시비가 걸려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라 덜컥 겁이 나서 절대로 쳐다보지 않고 문만 꼿꼿이 바라보고 있다가 열차가 멈추자마자 미친듯이 뛰어서 에스컬레이터도 뛰어올랐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무런 짓도 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일을 당하니까 오히려 내가 뭔가 잘못한 기분이 들었고 수업 듣는 내내 알 수 없는 수치심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집안에서 정반대로 교육을 받고도 그 날 내가 입은 셔츠가 너무 딱 붙어 보였는지, 너무 발랑 까진 여자처럼 보이게 화장이 짙어 보였던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자기혐오 끝에는 결국 '그래, 내 잘못은 없다, 이렇게 피해자는 잘못하지 않고도 자기혐오에 빠지게 만들고 가해자는 반성 없이 또 나대고 다니게 만드는 사회가 x 같은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훌훌 털어내었다. 그 뒤로 한참 잊고 살았는데 또 이런 일을 겪으니 이제는 정말로 두려움을 떠나서 화딱지가 나기 시작한다.

    고3때 피곤해서 정신머리가 없는 상태로 서대문역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져서 신발이 다 벗겨졌던(ㅋㅋㅋㅋㅋㅋ) 기억이 난다. 출근 시간이라 역내에는 직장인들이 와글와글했는데, 한 아저씨가 "학생 괜찮아? 어디 다치진 않았어요?" 하면서 일으켜주고 굴러다니는 신발 두 짝도 인파 속을 헤치고 모두 건네주었더랬다. 나름의 스트레스로 인류애를 잃어가다가 아직 세상에는 바쁜 와중에도 남을 걱정해 줄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 위안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생각날때면 가슴이 훈훈해지는 기억이다. 옆자리에 여자가 앉으면 혹여나 불편할까봐 최대한 몸을 움츠려주는 아빠도 생각난다. 그렇게 좋은 아저씨들도 세상 어딘가엔 있는데, 왜 나는 자꾸만 이상한 사람들을 마주치고 상처받는 것일까?

     

     

     

     

     

     

     

     

    그렇게 기분이 더러워진 채로 학교를 가다가 고영님을 마주쳤다. 멀찍이서부터 계속 왜옹거리면서 오시다가 나를 슬쩍 보시는데... 아아.... 원래 우리 학교에서는 사람 손을 탄 고양이들이 포비아의 공격을 쉽게 받을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고양이가 근처에 다가오면 쫓아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순간 '고영님이 날 간택하셨다ㅠㅠ'라는 생각에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먼저 도망치고 말았다...

     

     

     

     

     

     

     

     

     

     

     

    고영님을 뒤로하고 가는 길에 가로등 위의 귀여운 새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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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과제 두 개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서 행복했다. 레포트의 경우에는 특히나 만점을 못 받았더라면 기말 존버조차도 무의미했을 뻔했기에.... 의미가 무척 크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영화 <스탠 바이 미>를 주제로 한 글이었고 이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싶어 몇 줄 더 얹었던 것이 큰 힘을 발휘한 듯하다. 이번 학기 최애 수업이고 교수님도 좋아서 정말 즐겁게 듣고 있는데, 중간을 너무 망쳐서 그저 기말 놓지 말라는 교수님의 피드백만 믿고 버티고 있다.

    두 과목 존버만 잘 성공하면 이번 학기도 나쁘지 않게 끝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데 20학점 다시는 듣기도 싫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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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짝과 간만에 만나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또 이화다방에 가서 과제를 했다. 이번주 내내 너무 피곤하고, 폭식하고 싶고, 기름지고 단 음식이 땡겨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 날 곧바로 생리를 시작했다. 생리를 정확히 한 달만에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PMS가 시작되어도 다음주 쯤에나 할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는데 예상을 벗어났다.

    이 날+주말에 걸쳐서 소논문을 제외한 나머지 과제들은 모두 마쳤다. 여지 과제도 만점이 나와야 기말을 좀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인데... 완성을 하고도 교수님이 원하는 수준에 잘 맞춰서 완성한 것인지 영 걱정이 된다. 

    약간 딴얘기로 샜는데 이날 친구랑 만나서 엄청 즐겁게 공부했다. 지갑 잃어버려서 경찰서 갔다오느라 약간 흥분상태가 되긴 했다만ㅋㅋㅋㅋㅋㅋ 진지하게 진로 얘기도 하고 갑자기 친구야... 나는 네가 나와 같은 학교에 다녀서 너무 행복하다...! 식으로 갑자기 애틋한 소리도 했다. 우리 둘 다 결국은 같은 대학에 진학해서 해를 거듭할수록 좋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