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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f you tell me now then I'd know what to do

     

     

     

     

     

     

     

    2월 9일에 동아리 지인이랑 엘송을 보러 갔다. 어릴 때 엄마 따라 대학로에서 사다리연극 보러 갔던 것 이후로 연극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보면서 종종 현타와 항마력 딸림을 느꼈던 뮤지컬과 달리 연극은 훨씬 차분해서 그런지 재밌게 잘 봤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보니 무척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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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1일에는 코엑스 가서 조조 래빗 보고 돌아오는 길에 영풍문고에서 사브리나와 백석 산문집을 샀다. 

    조조 래빗은 귀여움과 암울한 상황의 괴리감이 너무 커서 그런지 재밌다기보단 어딘가 불편했다. 2차 대전 영화에서 써먹는 클리셰 범벅이라 진부하기도 하고, 나치를 일본군으로 바꿔서 똑같은 소재의 영화가 나온다면 그 영화조차도 내가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어 보는 내내 불편했다. 이 영화 호평이 많던데 나에게는 재미와는 별개로 불쾌한 골짜기 그 자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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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3일에 석촌호수에 갔다가 기괴한 물고기 떼를 봤다. 특정한 어느 지점까지 갔다가 돌아가고 그 뒤의 물고기들도 똑같은 짓을 계속 반복했는데 아마도 지구가 망할 징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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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말 대잔치라서 저장했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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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신청 방식이 이번에 바뀌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올클에 성공했다. 융합기초도 담고 금공강도 만들어서 무척 만족스럽다. 이번 학기는 전필 중에서도 어렵다는 평이 많은 강의들과 영어강의+외국인 학생들 위주의 강의가 많아서 걱정은 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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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선생님과 다시 연락하기 시작했는데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거의 3년 가까이 내가 일방적으로 소식을 끊고 지냈고 그만큼 미안한 마음도 많이 컸다) 눈이 내린 날 이렇게 사진을 보내주셨다. 

     

     

     

     

     

     

     

    선생님이 내게 톡을 보내시기 전에 내가 카톡 프사를 이걸로 바꾸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안 그랬으면 남자친구는 생겼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좋은 사람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죠 뭐^^'라고 답을 하고도 좀...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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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태백으로 1박 2일간 강연을 하러 가게 되어서 나랑 아빠도 같이 따라갔다.

     

     

     

     

     

     

     

     

     

     

    서울에서는 출발할 때도 눈이 많이 내렸는데 태백에는 눈이 내린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엄마가 강연을 하는 동안 샤이닝에서처럼 '폭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첩첩산중에 위치한 호텔에 고립되어 미쳐버린 아빠로부터 탈출해야 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안심했다.

     

     

     

     

     

     

     

     

     

    탄광촌은 실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잔뜩 쌓인 석탄 더미를 보니 신기했다.

     

     

     

     

     

     

     

     

     

     

    기념관 건물 중에 이 곳은 내려가보고 싶게끔 사람을 자극하는 화살표를 그려놓고는 길을 막아놔서 안달이 났다.

     

     

     

     

     

     

     

     

     

     

    엄마 강연이 끝나는 6시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했기 때문에 아빠랑 영주 여우관찰원까지 갔다. 이 곳으로 말하자면 내가 수능 끝난 직후에 충동적으로 갔다가 휴관일이라서 돌아서야 했던 한을 품은 장소인데, 이번에는 불행하게도 코로나 때문에 여우를 직접 보는 건 불가능하고 박제만 구경할 수 있다고 해서 (사실 박제를 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여우를 보호한다더니 왜 박제를 만들어 놨어! 라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다시 돌아와야 했다. 여우 언젠간 꼭 볼 테다 쒸익 쒸익...

     

     

     

    1박 2일간의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구문소였다.

     

     

     

     

     

     

     

     

     

    일단 물이 이렇게 맑은 비취색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물살이 거칠어서 물 흐르는 소리가 거세게 들리는데, 

     

     

     

     

     

     

     

     

     

     

     

     

    터널 너머에선 이렇게나 물이 잔잔하게 흐른다. 물 흐르는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형광빛이 강하게 도는 파랑새가 물가에서 총총거리며 놀다가 사라졌다.

     

     

     

     

     

     

     

     

     

     

     

    여기 근처에 있는 고생대 박물관은 삼엽충 덕후 박물관이라서 돌아오는 길에 왠지 내 몸에 삼엽충이 달라붙었을 것 같고 좀 우울해졌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1층에 내가 어릴 때 봤던 개똥이네 놀이터 창간호가 있어서 한참 구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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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일에는 드디어 이보 포고렐리치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러 갔다.

    내가 이 공연을 예매할 때(2019년 11월)에만 해도 2월 19일이라면 대충 방학 중이라 피둥피둥 살이 오르고 평화로운 상태일 거라고 예상했으나... 태백 여행에서의 여독이 풀리지 않아 거의 10시간을 내리 자고 저녁 먹기 전에 간신히 머리 감고 나갈 채비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11월에만 해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코로나가 터져서 공연 가는 길에 이게 취소되지 않은 게 어딘가 싶으면서도 왠지 슬펐다.

     

     

    감상을 나열해보자면,

     1. 그동안 신촌 길바닥에 있는 피아노를 뚱땡거리는 남자들만 보다가 (그 꼴 보기가 하도 싫어서 그 근처로는 요새 잘 안 가거나 최대한 피아노가 위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방향은 쳐다보지 않았던 탓에 아직도 피아노가 남아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서야 피아노가 건반 딱딱 치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게 들릴 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 내가 덕질하는 사람을 실제로 보는 게 처음이라서 현실감이 없었다.

     3. 몸이 좀 피곤한 데다가 1, 2번의 이유가 겹쳐지면서 연주를 듣는 동안 음악이 내 몸을 서서히 풍화시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4.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1번과 가스파르의 밤이 가장 좋았는데, 특히나 후자의 경우에는 내 최애곡이기도 하거니와 유튜브로 포고렐리치가 젊었을 적에 이 곡을 연주하는 모습만 보다가 지금의 모습을 보니 무척 느낌이 묘했다. 지금까지 내게 가장 기묘했던 경험은 열 살 때 영월 별마로 천문대에서 망원경으로 달을 봤던 것이었는데, 그 이후로 그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덕심+내가 연주자라면 왠지 사람들이 내 사진을 마구 찍는 게 싫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부들부들 떨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보니 한 장을 제외하곤 모두 흔들려 있어서 다시 슬퍼졌다.

     

     

     

     

     

     

     

     

     

     

     

    스포티파이 보니까 서울 공연 일정 나와있어서 왠지 여러분!!!!!!!!!! 제가 저 공연을 봤슴다!!!!!!! 하고 자랑하고 싶었음

    (저렇게 독일어가 잔뜩 나와 있는 이유는 한 달 전에 내가 독일어를 공부해 본답시고 스포티파이를 독일어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영어로 바꾸려 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해 폰으로 음악을 들으려 할 때마다 매번 저 빌어먹을 놈의 언어를 계속 마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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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날에는 동아리 합평회 겸 장편소설 세미나를 하러 또 나갔다. 이쯤되니 정말 몸이 갈려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동아리에 꾸역꾸역 나간 것은 이 모임이 내가 생각하는 '예술에 조예가 깊은 대학생들의 교양 넘치는 모임'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에 가깝기 때문에 너무 좋기 때문이다..

    동아리 얘기가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있는 새내기가 있다면 절대로 대학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동아리들을 억지로 하려 들지 마세요. 자신의 적성에 가장 잘 맞는 동아리에 들어가야 즐거운 법!

     

     

     

     

     

     

     

     

    먼저 도착해서 미리 음료수를 하나 시켰다.

    지난 주말에 중편소설을 하나 완성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퇴고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새 새로 구상한 두 편을 빨리 쓰고 싶어져서 환장하겠다. (사실 중편 이전에도 완성한 단편이 하나 있는데 이 글은 문제점이 보이는데도 고칠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가 않아서 일단은 팽개쳐둔 상태다) 요새는 곁에 함께 글을 쓰고 더불어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덕에 글쓰기에 더 재미가 붙었다.

     

     

     

     

     

     

     

     

     

     

    저녁 먹기 전에 힘들어서 집에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재미가 붙어서 사람들이랑 저녁까지 사먹고 집에 돌아갔다. 집에 와서는 너무 힘들어서 얼굴이 눈에서 흐르는 진물 범벅이 된 채로 잠들었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