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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독서할 시간이 충분하지가 않아서 책 한 권도 긴 시간에 걸쳐 읽어야 했고, 그 탓에 그 시절 읽은 책들은 결말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에 비해 초중반부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고. 

     

    분명 내 기억 속에 카턴은 너무 멋있고 잘생긴 순정남이었는데 다시 읽을 때는 아무리 봐도 동병상련만 느껴지는 우울남이라서 실망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내가 단순히 카턴의 찌질한 모습만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가 변화하는 과정 역시 잊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처음 읽었을 당시 느꼈던 뭉클함이 배가 되었다(그리고 일단.. 잘생긴마초남. 뭘 해도 최고임^^). 아무리 생각해봐도 카턴은 진짜... 문학사상 최고의 남자 주인공이야....... 그냥 생각만 해도 어쩜 그렇게 숭고한 사랑을 할 수가 있을까 싶어서 눈물이 날 정도임.. 하.. 저 잠깐 책 속으로 들어가서 카턴 구해주면 안 되나요...? 구해줘서 그냥 나랑 같이 로펌 차리고 행복하게 살자... 아님 적어도 기요띤으로 향할 때 같이 끌려가던 재봉사에 빙의라도 하고싶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 다시 책을 읽으면서는 카턴 외에도 드파르주 부인도 눈에 들어왔다. 후반으로 갈수록 1절만 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되어 버리긴 했지만 그가 그와 같이 악인으로만 평가될 이유는 없다고 생가한다. 사실 다네이가 착하기는 해도 적극적으로 속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적폐 가문이 맞기는 하잖아.... 뭐.... 나는.... 선대에서 아주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 죗값을 받지 않았다면 그 후대의 사람들이라도 제대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드파르주 부인이 작중 평가절하되는 모습을 보면서 디킨스는 탐욕스러운 귀족들을 한심스럽게 여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중의 투지를 높게 평가하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들의 과격한 면만을 보고 소위 '개돼지'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는데, 이와 같은 관점이 꼭 페미니즘을 극단적인 사상으로만 치부하려 드는 일부 사람들의 시각과도 유사하게 느껴져서 재미와는 별개로 상당히 불쾌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시선이 인간 본성의 가장 추악한 이면을 꿰뚫고 있는 듯해서 공감이 아주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일단 최애가 나오는 소설이기에 나와 의견이 안 맞더라도 어느정도 참작할 수 있음...

     

    그리고 다시 카턴에게 돌아가 보자면... 그의 희생이 아무리 숭고했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정말로 의미 있는 행동이었을까? 결말부에서 카턴은 루시와 다네이의 후손들이 그를 영원토록 기릴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 선조들이 겪은 감동적인 일화는 보통 증손주뻘로 넘어가기도 전에 이미 뇌리에서 희미해지기 십상이다. 다네이의 자손들은 그와 루시가 느꼈을 절박함을 결코 모를 것이고, 따라서 카턴은 서서히 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어찌 보면 카턴은 너무 우울한 나머지 본인이 손해를 보는 건지 아닌 건지도 분간하지 못한 채 개죽음을 당한 거임...

     

    아 아무튼 카턴 사랑해!!!!!!! 제발 살아돌아와!!!!! ༼;´༎ຶ۝༎ຶ༽우워어어어어엌!!!!!!!,༼;´༎ຶ۝༎ຶ༽우워어어어어엌!!!!!!! ,༼;´༎ຶ۝༎ຶ༽우워어어어어엌!!!!!!!,༼;´༎ຶ۝༎ຶ༽우워어어어어엌!!!!!!! ,༼;´༎ຶ۝༎ຶ༽우워어어어어엌!!!!!!!,༼;´༎ຶ۝༎ຶ༽우워어어어어엌!!!!!!! ,༼;´༎ຶ۝༎ຶ༽우워어어어어엌!!!!!!! ,༼;´༎ຶ۝༎ຶ༽우워어어어어엌!!!!!!! ,༼;´༎ຶ۝༎ຶ༽우워어어어어엌!!!!!!! ,༼;´༎ຶ۝༎ຶ༽우워어어어어엌!!!!!!! ,༼;´༎ຶ۝༎ຶ༽우워어어어어엌!!!!!!! ,༼;´༎ຶ۝༎ຶ༽우워어어어어엌!!!!!!! ,༼;´༎ຶ۝༎ຶ༽우워어어어어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신기한 사실은,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는 심오한 비밀을 간직한 수수께끼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밤에 대도시에 갈 때면, 어둠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집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리라는 엄숙한 생각이 든다. 그뿐인가, 집 안의 방마다 비밀이 있으며, 그 방에 살고 있는 수천 수백 명의 가슴 속에서 고동치는 심장은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비밀을 품고 있다. 그런 면에서 두려운 어떤 것, 심지어 죽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제 나는 애지중지하는 책을 펼칠 수도 없고 끝까지 읽겠다는 희망도 품지 않는다. 섬광이 비치면 깊은 물속으로 보물과 가라앉은 다른 물건들도 더는 보이지 않는다. 한쪽밖에 읽지 못하고 홱 덮어버린 스프링으로 제본한 책도 영원히 그렇게 덮여 있을 것이다. 햇빛이 아무리 수면을 희롱해도 물은 빙판 아래 영원히 갇혀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물가에 서 있었다. 내 친구도 죽고, 내 이웃도 죽고, 내가 목숨 바쳐 사랑한 연인도 죽는다. 죽음은 저마자 마음속에 품고 있던 비밀을 변함없이 공고화하고 영속화한다. 

     

     

     

    템플 바 옆에 있는 텔슨 은행 건물은 1780년 당시에도 이미 구식이었다. 아주 좁고 지나치게 어둡고 흉측하고 불편했다. 좁고 어둡고 흉측하고 불편한 게 도덕적이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직원들의 사고방식은 그보다 더 구식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이런 특징을 자랑스러워했고 오히려 불만이 적으면 그만큼 존경을 덜 받을 거라는 강한 확신에 불타올랐다.

     

    학교나 공공 기관들 중 이런 사고방식을 하는 곳이 매우 많아서 격하게 공감했다.

     

     

     

    사람들이 입김을 뿜으며 구경하는 이 청년에 대한 관심은 고결한 인간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덜 끔찍한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에게 일어날 끔찍한 일이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만큼 그에 대한 매력도 줄어들 것이다. 도살되고 갈기갈기 찢길 운명에 처한 유한한 존재에 사람들의 감각이 굴복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아무리 다양한 기술과 능숙한 자기 합리화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더라도 그 근원에 있는 저열한 호기심은 실로 '악마적'인 것이다.

     

     

     

    기력은 모두 소진되었고 사방은 황량했다. 남자는 조용한 언덕을 가로질러 가만히 멈춰 서 있다 문득 앞에 펼쳐진 황무지에서 명예에 대한 야망과 자기부정, 불굴의 의지 같은 신기루를 보았다. 그 공평한 도시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신중한 사람들이 그를 올려다보는 상상 속의 화랑이 있고, 탐스럽게 익은 삶의 열매가 열린 밭이 있고, 눈을 반짝이게 하는 희망의 샘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뿐, 환상은 사라져버렸다. 그는 즐비한 집들 중 가장 높은 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올라가 옷도 벗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는 침대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헛된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슬프고 슬프게도 태양은 떠올랐다. 햇빛이 비친 광경에서 무엇이 그 남자의 일생보다 더 슬프겠는가. 뛰어난 능력과 선량한 심성을 가졌지만 그것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자신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쓰지 못하며, 자신을 파먹는 해충인지 알면서도 그 해충이 자신을 먹어치우도록 보고만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그것도 나리의 저택에서는 남의 일일 수 있었다. 육군 장교는 군사 지식이 없고, 해군 장교는 전함에 대한 지식이 없으며, 공무원은 현안에 대해 의식이 없는 시대였다. 최악일 정도로 세속적이고 뻔뻔한 성직자는 색욕이 끓는 시선과 거친 혀로 문란한 짓을 일삼았다. 모두가 자신의 직분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를 하면서도 하나같이 직분에 충실한 척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그들 모두 나리의 계급과 가깝든 멀든 공직을 차지하고 온갖 이득을 취했다. 하지만 후작이나 국가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도 그에 못지않게 현실적이고, 현실적인 목표에 이르는 바른 길을 사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걸리지도 않은 질병을 치료한답시고 환자를 현혹해 막대한 부를 쌓은 의사들은 나리의 접견 대기실에서 귀족 환자들에게 미소를 던졌다. 하나의 죄악이라도 근절하기 위해 진지한 대책은 세우지 않고 국가와 관련된 사소한 죄악에 대해 온갖 비책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이론가들은 나리의 접견실에서 잡을 수 있는 귀란 귀는 모두 잡고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밖에 말로 다시 세상을 세우고 헛된 바벨탑을 하늘까지 쌓아올린 못 믿을 철학자, 금속을 금이나 은으로 바꾸려고 혈안이 된 못 믿을 연금술사도 나리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그 당시에는--그 후로도 언제나 그랬지만--좋은 혈통의 훌륭한 신사라고 하면, 인간이라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마련인 문제에 관심이 부족한 산물로 알려졌는데, 나리의 접견실이야말로 그런 결핍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범 사례였다.

     

     

     

    "나 같으면 다행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숙부가 점잖게 되받아쳤다. "나도 그 문제는 장담 못 하겠구나. 혼자 지낼 때의 이점을 누리면서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는 것도 네 장래에 좋을 수 있지. 하지만 이제 와서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다. 네 말대로 나는 불리한 처지에 있으니까. 가문의 권세와 명예에 도움이 되는 작은 노력이랄까, 너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사소한 배려, 이런 상황을 바꾸려는 우리의 미약한 수단으로는 관심을 갖고 끈질기게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어렵지. 많은 가문이 그런 방법을 써보지만 (비교적) 소수만 승인을 받았을 정도다!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 조상들은 주변 서민들의 생사여탈권까지 갖고 있었다. 그런 개들이 이 방으로 끌려와서 교수형을 당하기도 했지. 내가 알기로 어떤 자는 자기 딸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옆방(내 침실)로 끌려와 단도에 찔려 죽었다. 자기 딸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특권을 잃어버렸다. 새로운 철학이 유행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요즘은 우리의 지위를 행사하다 우리가 오히려 불편해질 수도 있어.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모든 것이 아주 나빠졌어. 형편없이 나빠졌어!"

     

    지금도 기득권층은 늘상 이런 논리를 내세우며 분노하고 있다.

     

     

     

    "제 말은," 사무원이 대답했다. "제 말뜻은, 물론 친구로서 반가운 마음에, 그리고 이는 당신에게 대단히 명예로운 일이 될 것이기에... 다시 말해, 스트라이버 씨가 바라는 대로 되기를 기원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스트라이버 씨." 로리 씨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묘하게 가로젓다가 도저히 자기 의지를 누를 수 없다는 듯 마음속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아시다시피 댁은 너무 뚱뚱하오!'

     

     

     

    부인 옆에는 탐구심과 모험심에 불타 끈끈한 술잔 속을 조사하려다 바닥에 떨어져 죽은 파리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런 동료들의 죽음을 보고도 전혀 계산이 안 되는지 무심히 바라보다 (자기들은 코끼리나 뭐 다른 것인 줄로 착각하고) 똑같은 운명을 맞이하는 파리가 계속 생겼다. 파리들이 얼마나 미련스러운지 신기할 정도였다! 어쩌면 왕궁에 있는 그들도 햇빛 쨍쨍한 여름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와주실 겁니까?"
    "그 말은 내 요청을 허락하는 또 다른 표현이군요. 고맙습니다, 다네이. 당신 이름을 마음대로 불러도 될까요?"
    "물론이죠, 지금껏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카턴 씨."
    그들은 악수를 했고, 카턴은 돌아갔다.
    그리고 일 분도 지나지 않아 카턴은 적어도 겉으로 봐서는 예전과 변함없는 허세꾼으로 돌아갔다.

     

     

     

    미래가 걱정스러운 이유는 미지의 세계인 데다 희망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시드니는 외투 안쪽 주머니에 약을 따로따로 넣고 값을 치른 다음 유유히 약국을 나왔다. "이제 더는 할 일이 없군." 그는 달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일까지는. 그런데 잠들 수 있을까." 그것은 평소의 방종한 태도가 아니었다. 카턴은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말투도 도전적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무심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방황하고 싸우다 패배해서 기진맥진한, 그러나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고 목적지를 발견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사람들은 나중에 이 장면을 회상했는데, 카턴이 허리를 굽혀 루시의 얼굴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대면서 몇 마디 중얼거렸다고 했다. 그때 그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어린 루시는 나중에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훗날 그녀가 고운 할머니가 되었을 때 손자들을 앉혀 놓고 카턴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문득 자신의 생명을 끊어놓을 기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땅에서 얼마나 높은지, 계단은 몇 개를 올라가야 하는지, 죄수는 어느 위치에 서는지, 칼날이 어떤 식으로 목에 닿을 것이며 집행하는 사람의 손에 피가 묻는지, 고개는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할지, 자신의 순서는 첫 번째일지 아니면 마지막일지, 그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이와 비슷한 수많은 질문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그보다는 막상 시간이 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싶다는 묘하고도 원초적인 욕망 때문이었다. 단지 찰나에 지나지 않을 최후의 순간에 비하면 그건 너무도 거대한 욕망이었다. 마치 그의 마음이 아닌, 다른 이의 마음속에 있는 다른 영혼이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알고 있다. 바사드와 클라이, 드파르주, 방장스, 배심원, 판사 같은 옛 체제가 붕괴된 후 생겨난 기나긴 대열의 새 압제자들이 더는 지금처럼 사용하지 않아도 결국 이 보복적인 도구에 의해 멸망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 깊은 구렁텅이에서 솟아난 아름다운 도시와 현명한 사람들이, 시간이 걸릴지언정 진정한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승리와 패배를 겪음으로써, 현재의 악행과 그것을 잉태한 예전의 악행이 스스로 속죄하고 사라지리라는 것을.

     

     

     


     

    사족 1)

    행복했던 시절과 관련된 것들을 다시 되짚어보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 조금의 행복도 가져다주지 못하며 그저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옷가지와 뼈다귀만 남은 연인의 잔해를 보는 것만큼이나 공허하다. 내가 갖고 있는 두 도시 이야기는 고2때 이화문학상 상금으로 샀던 펭귄클래식 코리아 마카롱에디션 판본인데, 그 시절이 승민이랑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냈던 시절이자 그 직후가 내 인생에선 제일 진창 같은 나날들이었기 때문에 내 뇌리에는 이 책처럼 그때 읽고, 보고, 경험한 것들이 일본이 쇼와 시대에 대해 느끼는 한심스러운 향수만큼이나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다. 그 탓에 번역이 형편없는 것조차도 감수하면서까지 그 시절의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어 굳이 다시 이 판본으로 소설을 다시 읽은 건데, 5년 사이에 책은 잘못 보관되어서 빛이 잔뜩 바래고 곰팡이가 슬었으며 그동안 나는 너무 마음이 스마트폰 실리콘 케이스처럼 폭삭 삭아 버려서 아무리 행복해도 그때와 같은 행복을 느끼는 건 불가능하게 되고 말았다. 

     

    사족 2)

    펭귄클래식 번역은 끔찍하게 구리다. 주어와 서술어가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이게 뭔 개소리야? 싶게 번역을 해놔서 한참 곱씹어 봐야 하는 문장이 한두 개가 아닐 정도.

    두 도시 이야기는 무조건 더클래식 판으로 구해 읽거나 (펭귄 클래식에서는 드파르주 씨에게 드파르주 부인이 일방적으로 존댓말을 하지만, 더클래식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반말을 쓴다. 외국어에서 사실상 한국어와 같은 존댓말 개념이 없다는 점, 그리고 드파르주 부인이 남편의 기를 억누를 만큼 강인한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번역이 훨씬 자연스럽게 읽힌다) 킨들이 있다면 원서를 읽기를 권한다. 킨들에서는 무료인데다가 삽화도 들어 있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