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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 커트 보니것

     

     

     

     

      4차원처럼 말하면서도 말 속에 뼈를 담을 줄 아는 커트 보니것의 재주가 부럽다!!

      이런 사람의 연설을 들을 수 있었던 대학교 졸업생들이 부럽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이곳에서 사 년에 걸쳐 배웠을 테니 제가 오늘 덧붙일 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할 이야기는 딱 하나밖에 없거든요. 여러분, 이것이 종말입니다. 유년기의 종말입니다. 베트남전쟁 때 흔히 하던 말로 “참 안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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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중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을 읽어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SF계의 몇몇 걸작 중 하나죠. 나머지 걸작들은 물론 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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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모두 다른 무엇보다 돈과 진정한 사랑을 원하실 겁니다. 여러분께 돈 버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주 열심히 일하세요. 이번엔 어떻게 사랑을 얻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은 옷을 입고 늘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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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외 제가 어떤 조언을 드릴 수 있을까요? 여러분 식단에서 필요한 양을 채우려면 통곡물 시리얼을 많이 드세요. 지금까지 아버지께서 제게 하신 조언은 딱 하나입니다. “귀에 아무것도 넣지 마라.”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몸을 구성하는 뼈들 가운데 가장 작은 뼈가 귀에 있습니다. 우리가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귀 덕분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귀에다가 장난을 치면 귀머거리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툭하면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웬만하면 귀는 가만히 두십시오. 있는 그대로 두면 우리 귀는 귀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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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하지 마세요. 뉴욕 주에서는 사형을 집행하고 있지 않지만요.
    자, 이게 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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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만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연설을 할 기회가 생기면, 농담으로 시작하십시오. 아는 농담이 있다면요. 저는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농담을 찾아왔고 찾은 것 같습니다. 이제 그걸 말씀드릴 테니 저를 도와주십시오. 제가 손을 이렇게 들면 ‘아니요’라고 답해주세요. 아시겠죠? 저를 실망시키지 마세요.
    여러분은 왜 크림이 우유보다 훨씬 비싼지 아십니까?
    졸업생: 아니요.
    젖소들이 작은 크림 병 위에 쪼그리고 앉는 걸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제가 아는 최고의 농담입니다. 예전에 스케넥터디에 있는 제너럴모터스 사에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회사 중역들의 연설문을 작성하는게 제 일이었죠. 저는 부회장의 연설문에 젖소와 작은 병에 관한 농담을 적었고 부회장은 그 연설문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농담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부회장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코피를 흘리고 부축을 받으면서 연단을 내려와야 했죠. 그리고 저는 다음날 해고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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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렇게 유치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여러분을 매우 동정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를 매우 동정합니다.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삶은 다시 매우 힘들어질 겁니다. 그리고 상황이 다시 엉망진창이 되었을 때 이렇게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별개의 세대에 속한 구성원들이 아닙니다. 우리가 에스키모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만큼이나 서로 다르다고 믿게 만들려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살며 떼어낼 수 없는 사이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형제자매로 여겨야 합니다. 제게는 자식이 몇 명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일곱 명이죠. 무신론자치고 너무 많은 편이긴 합니다. 나의 아이들이 이 행성에 대해 불평할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꾸합니다. “조용히 해! 나도 여기 좀 전에 도착했어. 내가 므두셀라*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너보다 오늘 뉴스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해? 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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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유럽 남성들의 삶에서 사춘기 의식으로 여겨지는 또다른 사건은 전쟁입니다. 만약 어떤 남자가 전쟁터에서, 특히 큰 상처를 입은 채 돌아오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여기 남자가 있다고.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에서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자 삼촌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 너도 이젠 남자가 다 되었구나.” 저는 삼촌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삼촌은 제가 죽인 최초의 독일인이 되었을 겁니다. 저는 전쟁에 나가기 전부터 남자였으니까요. 그런 말을 했으니 삼촌은 천벌을 받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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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여성들은 언제부터 소녀가 아니라 뒤따르는 권리와 특권을 가진 성인 여성이 되는 걸까요?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대답을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결혼해서 아기를 가졌을 때부터죠. 혼외정사로 첫아이를 가졌다면, 그녀는 여전히 아이입니다. 이보다 더 간단하고 자연스럽고 명백한 기준이 있을까요? 또는 오늘날, 최소한 미국 사회에서 이보다 더 불의하고 부적합하고 노골적으로 멍청한 기준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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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중요한 주제 두 가지만 남았습니다. 바로 외로움과 지루함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는 남은 생애 동안 지루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외로운 이유는 친구와 친척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안정적이고 생각이 비슷한 오십 명 이상의 대가족 내에서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졸업 대표가 이 나라의 결혼 제도가 붕괴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더군요. 결혼 제도가 무너지는 이유는 가족이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사회 전체일 수는 없습니다. 또,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사회 전체일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의 결혼이 박살나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온갖 조직에 가입하기를 권합니다. 그 조직이 아무리 어처구니없더라도 말입니다. 핵심은 여러분의 삶에 더 많은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입니다. 그 조직의 구성원들 가운데 상당수 혹은 전부가 멍청이일지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에겐 어떤 친척이든 수를 늘리는 게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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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은 모든 걸 알고 이해하는 것을 자기 본분으로 삼는데, 종종 요즈음 청년들에 대해 패기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전문가와 해설자 들이 딱히 쓰거나 말할 게 없을 때 이런 주장을 하곤 하죠.) 아마 새로운 세대의 졸업생들이 어떤 비타민이나 미네랄, 혹은 철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나 봅니다. 여러분의 혈액은 피곤합니다. 여러분에게는 노인용 강장제가 필요합니다. 빛나는 눈동자와 경쾌한 걸음걸이를 가진 팔팔한 세대의 일원으로서, 저희 세대가 언제나 원기 왕성한 비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증오입니다. 
    제게는 히틀러부터 닉슨*에 이르기까지 평생 동안 증오할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둘이 모든 면에서 똑같이 악당 짓을 한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인간이 증오로부터 그토록 많은 힘과 열정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비극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우쭐한 기분을 느끼고 싶고, 쉬지 않고 100마일을 달릴 수 있을 것처럼 느끼고 싶다면, 증오하세요. 희석하지 않은 코카인보다 더 강력합니다. 히틀러는 전쟁에서 지고 파산해서 굶어 죽을 뻔한 나라를 오직 증오만으로 부활시켰습니다. 한번 상상해보세요. 
    제 생각에 오늘날 미국 젊은이들은 사실 패기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다른 무엇보다 증오로부터 희열을 느껴온 사람들에게만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여러분이 속한 졸업반의 구성원들은 생기가 없는 것도 아니고, 무기력한 것도 아니고, 패기가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증오 없이 실천하는 법을 실험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증오가 여러분의 식단에서 부족한 비타민이자 미네랄이자 기타 등등입니다. 여러분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증오의 영양소란 청산가리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여러분은 매우 흥미진진한 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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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아주 똑똑해서 오늘날 이 세상의 문제가 뭔지 잘 압니다. 전쟁중에, 종전 후에, 그리고 지금 전 세계에서 이어지는 테러 공격을 보면서 모든 이가 묻습니다. “무엇이 이런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 걸까?”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은 고등학교 학생과 국가 지도자를 포함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거의 사천 년 전에 살았던 바빌로니아의 국왕인 함무라비가 제정한 함무라비법전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구약성서에서도 함무라비의 법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들을 준비 되셨나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카우보이 쇼와 갱스터 쇼의 주인공들을 포함해, 함무라비법전에 복종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지상명령을 따릅니다. 진짜든 가짜든 받은 상처는 반드시 돌려준다는 겁니다. 누군가는 비참한 일을 당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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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십시오. 저들은 자신이 한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예수는 어떤 분이었나요? 함무라비법전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했겠죠. “걔들을 죽여버려요, 아빠. 친구와 친척들까지 전부요.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여주세요.”
    제 사견으로 예수의 가장 위대한 유산은 딱 한 문장에 불과합니다. 그 말은 함무라비법전에 대한 해독제이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E=mc2’만큼이나 명료한 공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모든 미국인 조상님들을 걸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예수의 말이 훌륭하고, 그중 대부분이 극도로 아름답다면 예수가 신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가요? 만약 예수가 자비와 동정의 메시지를 담은 산상수훈을 전하지 않았다면, 전 인간이 되기 싫었을 겁니다.
    차라리 방울뱀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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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매우 똑똑해서 이 세상의 문제가 뭔지 알 뿐만 아니라—함무라비법전이죠—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압니다. 여자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합니다. 그러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할까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죠.
    남자들은 많은 친구들을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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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졸업식 연사는 여기 계신 여러분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분들을 보면서 이런 경고를 하곤 했습니다. 이곳을 벗어나 현실이라는 시궁창에 뛰어들자마자 온갖 시궁창 쥐들을 만날 거라고요. 음탕한데다가 거짓말까지 잘하는 남자들, 허세로 가득한 카사노바와 소시오패스 구혼자들 말이지요. 그러나 <코스모폴리탄>이나 <엘르> 같은 잡지가 이미 알려주었을 겁니다.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을요.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을 사랑한다고 말하면 꼭 뒷조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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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게도 여러분의 주州정부와 연방정부는 여러분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이야기해왔습니다. 담배는 악마의 화신입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악마를 열렬히 증오하지 않을까요? 
    담배는 매우 해롭습니다.
    하지만 시가는 몸에 좋습니다.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 시가 전문 잡지도 있답니다. 그 잡지의 표지를 보면 유명 인사들이 시가를 피우고 있죠.물론 시가는 땅콩과 건포도, 그래놀라로 만들어집니다. 에너지 바와 재료가 같죠. 여러분 모두 오늘밤 자기 전에 시가 한 대씩 먹어보면 어떨까요? 콜레스테롤 걱정도 없습니다.
    총기류도 건강에 좋습니다. 지방도 없고, 니코틴도 없고, 콜레스테롤도 없으니까요. 진짜인지 아닌지는 여러분의 지역구 의원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주정부와 연방정부에게 축복이 있기를. 공중보건을 그렇게나 잘 관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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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남자는 오직 여러분의 육체만을 노립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는 여러분의 돈을 노리는데, 그게 더 역겹습니다. 훨씬 비인간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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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동네 우편함에 편지를 넣으면 파랑색으로 칠해놓은 대형 황소개구리에 먹이를 주는 기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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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가운데 몇몇은 어머니가 되겠죠. 저는 그걸 권하지 않겠지만 흔히 있는 일이죠. 만약 그것이 여러분의 몫이 되거든, 시인 윌리엄 로스 월리스의 표현이 위안이 될 겁니다. “요람을 움직이는 손이 세계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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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책은 느낌이 아주 좋으니까요. 적당히 무게가 느껴지는 것도 그렇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민감한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달콤한 망설임도 좋습니다. 뇌의 많은 부분이 손으로 만지는 물건의 느낌이 좋은지 나쁜지를 결정하는 데 사용됩니다. 제대로 된 뇌라면 책이 우리에게 좋다는 걸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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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기세로 이빨을 드러낸 채 제게 질문을 할 때가 있습니다. 부의 재분배를 찬성하느냐는 질문을요. 저는 제가 찬성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으며, 부는 이미 시시각각 재분배되고 있고, 다만 그 분배 방식이 완전히 황당하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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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권력에 취한 침팬지입니다. 저도 권력에 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한때 상병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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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코 폴로를 통해 우리에게 파스타와 화약 제조법을 전해준 것도 중국인들이었습니다. 당시의 중국인들은 너무 멍청해서 화약을 불꽃놀이에만 사용했죠. 당시에는 다들 너무 멍청해서 남반구와 북반구를 통틀어 어느 누구도 화약에 다른 용도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죠. 그뒤로 겨우 칠백 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우리는 엄청난 발전을 이뤘습니다. 종종 저는 우리가 그렇게 발전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수소폭탄과 <제리 스프링어 쇼>가 싫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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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 비슷한 것만 보면 토하고 싶으십니까? 위대한 공립학교 제도나 전 국민 의료보험처럼? 예수의 산상수훈과 팔복은 어떻습니까?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등등.


    공화당 강령과 똑같지는 않죠.
    무슨 이유 때문인지 우리 주변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기독교도들은 팔복을 언급하지 않더군요. 그러나 그분들은 종종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모든 공공건물에 십계명을 게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당연히 십계명은 모세의 것이지 예수의 것이 아니죠. 그분들 가운데 곳곳에 산상수훈이나 팔복을 붙이자고 요구하는 사람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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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이 이 행성을 뭐라고 불렀는지 아십니까? “은하계 정신병원”이라 불렀습니다. 환자들이 이 별을 접수해서는 서로를 괴롭히며 건물을 때려부수고 있다고요. 병균이나 코끼리를 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인간들을 가리켜 말한 것이었습니다.
    러셀 경은 거의 백 세까지 사셨습니다. 서기 1872년에 태어나 1970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다면 ‘서기’는 무엇을 뜻할까요? 다른 환자들이 나무 십자가에 못으로 박아 죽인 어떤 환자를 기념하는 것입니다. 다른 환자들은 이 환자가 아직 의식이 있는 동안 손목과 발등에 망치로 대못을 박아 나무 십자가에 고정시켰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그러고 나서 십자가를 수직으로 세워 이 환자가 저 높이 매달려 있도록 했습니다. 군중 가운데 키가 가장 작은 사람도 그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하려고 말이죠.여러분은 사람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짓을 하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물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오락이죠.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멜 깁슨에게 물어보세요. 그는 경건한 신자로서, 예수 고문법을 영화로 찍어 떼돈을 벌었습니다. 예수의 말은 신경도 쓰지 않았죠.
    현대사회가 좋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텔레비전에 나와 끔찍하게 죽는다면, 여러분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줬기 때문이죠.

     

     

    *

     

     

    영국의 위대한 역사가인 에드워드 기번은 그때까지 인류의 기록에 관해 뭐라고 평가했을까요? 그는 “역사는 인류가 저지른 범죄와 어리석은 짓, 인류가 겪은 불행을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했습니다.오늘자 조간 <뉴욕 타임스>도 똑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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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령 알제리 출신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1957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죠.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중요한 철학적 문제는 딱 하나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문학에서 아주 재미있는 사건이 또하나 있었죠. 정작 카뮈는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는 겁니다. 그의 생몰년은? 서기 1913년부터 1960년까지였습니다.잘 들어보세요.
    모든 위대한 문학작품은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실망스러운 일인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모비 딕』 『허클베리 핀의 모험』 『붉은 무공훈장』 『일리아드』 『오디세이』 『죄와 벌』 『성경』 『경기병대의 돌격』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그러나 저는 인류를 변호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습니다. 에덴동산을 포함해 역사상 어느 시대에서든 사람들은 이제 막 그곳에 도착했을 뿐이었습니다.
    에덴동산을 제외하고 이 땅에는 이미 별의별 미친 속임수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본래 미친 사람이 아니었을지라도 미친 행동을 해야 할 수도 있었죠. 여러분이 이 땅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쓰이고 있던 속임수로는 사랑과 증오,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자동차와 신용카드와 여자 농구 등이 있습니다.

     

     

    *

     

     

    만약 여러분이 슈퍼마켓 타블로이드판 신문에 실린 시사 문제들을 꾸준히 읽었다면, 지난 십 년 동안 화성인 인류학자 연구팀이 이 나라 문화를 연구해왔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미국 문화만이 이 망할 행성에서 유일하게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죠.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는 잊어버리세요.

     

     

    *

     

     

    아직 결정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제가 결정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제 손에서 총을 빼앗고, 태아 살해를 찬성하고, 동성 커플이 결혼하는 것을 축복하며 그들에게 결혼 축하 파티를 열어주고, 빈민을 위하고 싶다면, 여러분은 자유주의자입니다.

    만약 이런 변태 행위에 반대하고 부자를 옹호하신다면 여러분은 보수주의자입니다. 
    너무 간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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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대통령이 왜 아랍인에게 화가 났는지 아십니까? 아랍인들이 대수학을 발명했거든요.
    또한 아랍인은 우리가 사용하는 숫자들도 발명했습니다. 무無를 상징하는 숫자도요.
    이전에는 아무도 그런 숫자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아랍인이 멍청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로마숫자로 긴 나눗셈을 한번 해보시죠.

     

     

    *

     

     

      우리가 민주주의를 전파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죠? 그런가요? 유럽 탐험가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오늘날 우리가 ‘아메리카 원주민’이라 부르는 이들, 인디언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했죠. 어떤 아메리카 원주민이 좀 건방지다고 불태워 죽이려 했던 어느 스페인 사람 이야기가 있습니다. 원주민이 말뚝에 묶인 건 단지 재미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사람은 기다란 막대의 끝에 십자가를 매달아 그걸 높이 들었습니다. 원주민더러 거기에 입맞춤을 하라는 것이었죠.그러자 아메리카 원주민이 왜 내가 거기에 입을 맞춰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스페인 사람은 거기에 입맞춤을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원주민은 천국에 스페인 사람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렇다는 대답을 듣자 원주민은 그곳에 전혀 가고 싶지 않다고 대꾸했습니다.
    이런 배은망덕한 원주민 같으니라고! 이런 배은망덕한 바그다드 사람들 같으니라고!
    자, 이제 억만장자들에게 또 한번 감세 정책을 선물해야죠. 그래야 알카에다가 잊지 못할 교훈을 배우게 될 테니까요. 대통령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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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헤로인, 코카인, LSD 등에 늘 겁을 집어먹었습니다. 아들 마크와 달리, 저는 제 머리가 돌아버려 다시는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할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레이트풀 데드의 제리 가르시아와 친해지려고 마리화나 한 대를 같이 피운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런 효과도 느끼지 못했고, 그뒤로 다시는 피우지 않았답니다.
    그러나 한가지 말씀 드리자면, 저는 크랙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보다 더 강력하게 취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첫 운전면허증을 받았을 때였습니다! 조심해라 세상아! 여기 커트 보니것이 나가신다! 나는 자동차다, 나는 100마력이다, 나는 1100인력이다, 그러니 내 앞에서 까불지 마. 어이, 자기야, 태워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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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제가 문예창작을 가르칠 시간이군요.
    첫째, 세미콜론을 사용하지 마세요. 세미콜론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변덕스러운 자웅동체 같은 겁니다. 그것은 단지 글쓴이가 대학물을 먹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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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다니기 전에 저는 화학, 물리학, 수학, 생물학 강의에서 거의 낙제에 가까운 학점을 받았습니다. 사실 두 번이나 낙제한 과목도 있습니다. 바로 열역학입니다. 그 과목의 존재 목적이 저 같은 사람이 과학자가 되는 걸 막는 것이었죠. 여러분만 괜찮으시다면 개소리라 부르고 싶네요, 제가 뛰어넘지 못한 열역학이라는 지적 장벽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자 진실, 모든 진실을, 오로지 진실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존경받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사 과학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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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나 지금이나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분야는 정신분석학과 문화인류학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이 두 학문은 무고한 사람을 주기적으로 뜨거운 의자, 즉 전기의자로 보낼 때 증거로 사용되던 인간의 증언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말을 기반으로 하는 거죠. 저는 문화인류학을 선택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그 결과를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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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가치가 얼마나 되든, 제가 군대 있을 때 쓰던 말로 ‘뜨끈한 침 한 잔’의 값어치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만, 고스트 댄스와 입체파를 이끈 리더들은 다음 요소들을 공통으로 갖추고 있었습니다.

    1. 언젠가 일어날 문화적 변화를 감지해내는 카리스마가 있으며 타고난 재능을 가진 리더
    2. 이 리더가 미친 사람이 아니며 경청할 가치가 있는 말을 한다고 증언할 두 명 이상의 존경받는 시민들. 
    3. 리더가 무엇을 하고자 하고, 그가 얼마나 멋지고 등등을 대중을 상대로 끝없이 말해줄, 말주변이 좋고 매력적인 해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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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토옙스키는 어린 시절 성스러운 기억 하나가 최고의 교육적 가치를 가진다고 말했죠. 저는 인간성에 관한 그럴듯하면서도 낭만적인 이론이 대학 교육에서 얻어갈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게는 민속사회에 대한 레드필드 박사님의 이론이 그것이었습니다. 그 이론이 오늘날 제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관점의 출발점이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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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미국인이 사춘기 의식을 치르도록 합시다. 어른으로서 누리게 될 권리와 의무를 맞이하는 감동적인 행사죠. 현재로서는 신앙 생활을 하는 유대인만이 사춘기 의식을 치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임신을 했거나 남을 임신시켰을 때, 혹은 범죄를 저질렀거나 참전했다가 돌아왔을 때에만 자신이 성인이 되었다고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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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순간에도 여러분이 몇몇 유명한 재앙—대공황, 제2차세계대전, 베트남전쟁 등등—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성인이 아니라고 말할 바보 같은 늙은이가 있을 겁니다. 작가들은 자멸적이진 않지만 파괴적인 이런 신화에 책임이 있습니다. 이야기들을 보면 주인공이 끔찍한 경험을 한 후 마지막에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나는 드디어 여자가 됐어. 나는 드디어 남자가 됐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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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와 권력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예술작품을 더 지겨워합니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나라들의 오페라 공연장을 한번 가보세요. 제 말이 맞다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부자와 권력자들은 자기들의 타고난 우월함을 과시해야 하기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는 척합니다. 우월함을 보일 다른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그들을 동정합니다. 저는 동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해마다 매일매일 렘브란트의 <호머의 흉상을 보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좋아하는 척하는 게 과연 즐거울까요? 독일 오페라, 혹은 읽지도 않은 『전쟁과 평화』를 좋아하는 척하는 게 과연 즐거울까요? 여러분이 러시아 사람이어도? 

    매일매일 피사의 사탑이나 올버니 쇼핑몰에 감탄하는 척하는 게 과연 즐거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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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저는 순수예술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저는 순수예술 작품들이 인간의 다른 유희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순수예술을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보다 반드시 더 순수하다는 주장에 격렬히 반대합니다. 네로 황제는 예술을 지원했습니다. 헤르만 괴링도 그랬죠. 남북전쟁 이후 그나마 남은 아메리칸드림의 내장마저 탐욕스럽게 파먹어버린 미국의 악덕 자본가들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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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그들을 정치적으로 물리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명왕성인들은 이미 권력정치에도 몸담고 있습니다. 중학교 이후로 모든 것은 권력정치죠. 지구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생사가 걸린 문제라 해도 농담을 좋아하고 섹스라면 환장하는 지구인들이 무언가에 한 시간 이상 집중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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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정치 지도자들은 억측에 억측을 더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시끄럽고 거만하고 무식한 억측이 판을 치고 있죠. 우리 지도자들은 연구와 학문, 추적 보도가 인류에게 던져준 그 모든 지식에 넌더리가 난 모양입니다. 그들은 이 나라 전체가 그 모든 지식에 넌더리가 났다고 믿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가자고 요구하는 건 금본위제 정도가 아닙니다. 훨씬 더 기초적인 겁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헛소리를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총기는 교도소와 정신병동 수감자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유익하다. 맞는 말이죠. 국민 건강에 수백만 달러를 쓰면 물가가 오른다. 맞는 말이죠. 무기에 수십억 달러를 쓰면 물가가 내린다. 맞는 말이죠. 우익 독재가 좌익 독재보다 미국적 이상에 훨씬 더 가깝다. 맞는 말이죠. 비상시에 발사할 수 있는 수소폭탄을 더 많이 보유하면 인류는 더 안전할 것이고 후손들이 물려받을 세계는 더 행복할 것이다. 맞는 말이죠. 방사성폐기물을 포함한 산업폐기물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 맞는 말이죠.
    기업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 뇌물을 주거나 환경을 조금 파괴해도 괜찮다. 또한 가격을 담합하거나 멍청한 소비자들을 우롱하거나 공정거래를 위반해도 괜찮으며, 파산 시에는 국고를 털어도 된다. 맞는 말이죠. 그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맞는 말입니다. 빈민들이 가난한 것은 과거에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므로 그 자녀들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맞는 말이죠. 미합중국 정부가 모든 국민을 돌볼 수는 없다. 맞는 말이죠. 자유시장체제가 돌봐줄 것이다. 맞는 말이죠. 자유시장은 자동으로 돌아가는 사법 체계다. 맞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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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권력은 억측가들의 손아귀에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승리는 그들의 것이었습니다. 세균의 것이었기도 하고요. 이로 인해 오늘날 우리도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억측가들에 관한 사실 하나가 드러났습니다. 그들은 생명을 구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관심을 끄는 것입니다. 또한 아무리 터무니없는 것이라도 그들의 억측이 언제까지나 유지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들이 증오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명한 남성과 현명한 여성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현명한 사람이 되어주십시오. 우리의 생명과 여러분의 생명을 구하십시오. 존경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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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는 자기들만의 학교가 있었습니다. 그 학교 이름은 크리스퍼스 애턱스였죠. 특이한 이름 덕분에, 인디애나폴리스의 모든 유색인들은 크리스퍼스 애턱스가 누군지 아는 특이한 미국인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던 애턱스는 노예가 아니라 자유민으로서, 1770년 보스턴 대학살 사건 당시 영국이 쏜 탄환에 희생된 인물입니다. 이 나라가 전 세계 자유의 등불이 되기 불과 육 년 전에 발생한 일이었죠. 저는 제 작품 중 하나에서 크리스퍼스 애턱스 고등학교를 “무고한 구경꾼 고등학교”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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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머스 제퍼슨은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조지 워싱턴 다음으로 가장 사랑받는 인물입니다. 왜 토머스 제퍼슨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썼을까요? 사실은 여성들을 뺀 모든 백인 남성들이 평등하다는 의미였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본인은 노예 소유주이기까지 했죠. 그즈음에는 그것이 자연의 섭리로 여겨졌으니까요. 참고로, 제퍼슨은 노예들을 전당포에 맡기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환경미화원을 색소폰과 함께 전당포에 맡길 수 없으니, 이 얼마나 아쉬운 일입니까. 옛날이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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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토머스 제퍼슨을 나쁘게 말해서 기분이 상한 분이 계시다면, 유감입니다. 저는 불도 안 났는데 “불이야!” 하고 소리치는 경우를 빼곤, 제 맘대로 말할 자유가 있거든요. 제가 미국 시민이기 때문이죠. 여러분의 정부는 바보같이 하찮은 이유로 상해버리는 여러분이나 다른 누군가의 기분을 보호하려고 존재하는 게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그 누군가의 피부색, 인종, 종교가 무엇이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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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리장전에 명시된 법들은 오랫동안 때나 똥 취급을 받았습니다. 제 또래의 사람들이 태어난 해, 그러니까 1922년이 될 때까지 권리장전은 너무하다 싶을 만큼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겨우 이 년 전에야 여성들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졌습니다. 세상에나! 그뒤로 오랫동안, 제2차세계대전이 종전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자유의 등불이라 불리는 이 나라 곳곳에서 법률상의 세부 조항과 무시무시한 테러 때문에 남녀 불문하고 투표를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잊지 맙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폭행했다고 처벌받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빨과 발톱이 피로 물든 자연”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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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가 기독교보다 더 사악한 단어는 아닙니다. 사회주의 때문에 이오시프 스탈린과 그의 비밀경찰, 교회 폐쇄 같은 게 생겼다고 하려면 먼저 기독교 때문에 스페인 종교재판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기독교와 사회주의는 비슷합니다. 양쪽 모두 모든 남성과 여성, 아이는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이들이 굶주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헌신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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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로서 저의 역설적인 거리두기는 인류학과 학생으로서 제가 경험한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제가 문화상대주의자가 된 것도 인류학의 영향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문화상대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전 세계인이 문화는 도구이며, 자기 문화가 다른 문화만큼이나 자의적라는 점을 배워야 합니다.
    이는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평생 동안 한 번도 못 들어보는 이야기죠. 그리고 그들이 어른이 되고 나면 그런 가르침을 견디지 못합니다.

    문화는 도구입니다. 우리가 물려받은 도구입니다. 고장난 석유 버너를 고치듯 고칠 수 있는 물건입니다. 여러분은 그것을 끊임없이 고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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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께서 한참 동안 저에게 건축가가 되는 것에 관해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자기연민에 빠져서 “다 좋은데 건축가만 되지 말거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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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기자 경험은 소설가로서 저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많은 비평가들은 제가 멍청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문장이 단순하고 제 작법이 너무 단도직입적이기 때문이죠. 평론가들은 그걸 단점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최대한 빨리, 아는 만큼 쓰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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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보기에 고결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잔인한 사람이 되는 게 더 어려운 일 같습니다. 저는 비판적인 사람이지만 비관주의자는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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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열자들도 인정할 겁니다. 우리가 인간을 대하는 방식과 관련해 이 영토 안에서 발생한 가장 부끄러운 사건들은 신법이나 자연법에 대한 몇몇 사람들의 생각이 헌법보다 우선했을 때 일어났다는 사실을요. 노예제 말입니다. 그러니까 저희 증조부 때만 해도 많은 미국인들이 노예제가 자연스럽고, 심지어 신이 명하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의 법이 집행됐을 때에야 노예제가 불법이 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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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미국인들에게 검열자가 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가 아닙니다. 모두의 자유를 위해 사상들로 깊은 상처를 입는 걸 기꺼이 감수하라는 요구도 지나치다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추악한 사상 하나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자유의 대가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옛날 미국의 영웅들처럼 씩씩하게 자기 길을 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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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인디애나폴리스에 사는 어린 소년이었을 때, 저는 고문실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아이언 메이든, 팔다리를 비트는 고문대, 엄지손가락을 죄는 기구, 구두모양 형틀 등이 있는 고문실 말이죠. 그러나 요즘엔 그 어느 때보다 고문실이 많습니다. 이 나라가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는 많죠. 미국이 종종 우방이라 부르는 나라들 말입니다. 국제인권감시기구에 물어보세요, 국제앰네스티에도 물어보세요. 미국 국무부에는 물어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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