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on empty (20.5~20.6)

일기 쓰기 귀찮다... 그렇지만 기록을 남겨야만 한다...
머릿속이 꽉꽉 생각으로 들어차 있긴 한데 당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다보니 블로그에 풀어낼 잡념도 딱히 없다.




이 공부는.... 여름철 되니까 급 힘들어진다...
수능공부는 문제가 유독 안 풀리는 기간이 종종 있어서 그렇지 꾸역꾸역 할 힘은 있었는데... 이건 너무 많은 걸 매일매일 머릿속에 들이붓고 있으니까 확 지치는 게 느껴짐.
그냥... 벨자스러운 우울감이 다시 가슴을 채우고 있다.

 







석가탄신일 날은 공부하느라 가질 못했고... 그 주 일요일에 다시 봉은사를 찾아갔다.
확실히 절 가서 향냄새 한번씩 맡아주고 오면 마음이 가라앉음.







𝒔𝒊𝒃𝒂𝒍
𝒔𝒊𝒃𝒂𝒍...........
며칠만 더 하면 365일 채울 수 있었는데.... 이날 낄낄거리고 덕질하다 11:58분쯤 되어서야 듀오링고 안했다는 걸 깨달았다ㅎ
다시 일주일 채우긴 했지만 좔라 공허함..







동네 아파트 단지에 장미가 많이 피어 있었다(지금 시점에선 모두 거무죽죽하게 시들었음). 같은 곳을 3년 가까이 지나다녔는데도 이렇게 곳곳에 장미가 피어 있는 걸 본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올해 심은 거라기엔 꽃들이 몇년째 이곳에 뿌리내리고 산 듯한 아우라...?를 뿜고 있었고(그게 대체 뭐예요;;)
흰장미는 토실토실 탐스러운 게 딱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장미 같았다. 트럼프 카드 병사들이 붉은 장미를 심었어야 했는데 실수로 흰장미를 심었다며 빨갛게 칠하던... 그 꽃들 말야...







서울역사박물관 전시는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내게 여의도=2017년에 독감 예방접족 맞으러 들렀던, 아주 지저분하고 끔찍스럽게 생긴 보건소가 있는 도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시가 의외로 알차서 재밌게 봤다.

충정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갈수록 가슴에 깊이 사무친다. 공부하다 머리 아플 때 박물관 미술관 쭉 둘러보고 오면 좋았는데. 거기엔 기차역과 서울역 아저씨들과 미나와 고등학교와 광화문과 정동이 있지. 여기만큼 돈한푼 내지 않으면 뭐 하나 재미를 볼 수 없는 너저분한 곳은 아니란 말이다..







ㅋㅋㅋㅋㅋㅋ진짜 세상에 별의별 또라이 많다... 제발 뻘짓좀 하지마 샛기들아 내가 배울 게 더 많아지잖아!!!!







이 무렵에 지랄소비 귀신이라도 붙었는지 온갖 잡스러운 것들을 사제꼈다. 김사월 콘서트 예매하고 텅장 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음(이라 하기엔 최근에도 안 읽은 책 잔뜩 쟁여두곤 또 알라딘을 들락거렸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프리즘오브 중경삼림 편과 미스테리아 15호도 이 시기에 주문했다.



 




드레이크랑 톰 웨이츠를 저렇게까지 많이 듣진 않았는데.... 대체 왜...?
Kim Mi-Jung은 누구이며 내가 빌리 홀리데이 음악도 언제 저렇게 많이 들었다고...?? 🤔





이건 납득이 갔음.




고래별 마지막화까지 다 본 후기:




이렇게... 이렇게 그간의 탄탄한 서사가 무색해지게 끝나 버리기...??
이상주의자에 가깝던 의현이가 서서히 각성하다가 클라이막스에서 무언가 큰일을 해낼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남자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고래별악개는... 마지막화 보고 쿨하게 휴덕을 하려 했으나.... 결말에 마상을 크게 입고 결국 최애 작품을 쿨하게 놔주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읍니다....





지나와 딜쿠샤에 갔다. 일단은 신촌에서 만났음.




원래 가려고 했던 한정식집이 그새 사라져 버려서 그냥.... 그냥 발길 닿는대로 후쿠스시 갔음
일제강점기 때 문화재 보러 가기 전에 일식을 먹으려니 좀 많이 찔렸다. 근데 넘 맛났어....
딱딱하고 고무지우개 같은 감촉을 싫어해서 새우초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날 먹은 건 쫄깃새콤해서 맛있게 먹었다.





딜쿠샤를 코앞에 두고 길을 한참 헤매다가(건너편에 분명 예스러운 건물이 보이는데 그리로 갈 방법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음ㅋㅋㅋㅋㅋㅋ) 종로구 제1호 공식 길고양이 급식처를 발견했다.





외관이 꼭 이화여고 심슨홀 같았다(여고 애들은 유서깊어 보이는 예쁜 건물을 독서실로 쓴대서 늘 부러웠음ㅠ). 이런 건물이 당시에 유행하던 스타일이었을까 싶었는데 심슨홀은 해방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라 또 그런 것 같진 않구....





권율장군 집터와 엄청난 카리스마를 풍기는 보호수가 딜쿠샤 바로 앞에 있었다.


 

 

 

저 시적 인용 사전 되게 탐났다

전망 좋은 방st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하나쯤 품에 지니고 다닐 것만 같은 아이템...

 

 

 

 

 

 

모네의 정원도... 가보면 이런 느낌이려나 싶었음.

일기 밀려 쓰니까 감상도 술술 써지지가 않고 그냥 집을 갔다. 이걸 봤다. 정도밖엔 못 쓰겠다......

 

 

 

 

 

 

딜쿠샤 찾아 헤매던 중에 발견했던 사직커피에서 당을 보충했다. 나에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직장인이 된 지나가 고블린과 크로플을 사줬다. 크로플 이날에야 처음 먹어봤는데 완전 쫀득하고 입에 살살 녹아서 허겁지겁 먹어치웠음;

 

 

 

 

 

 

배는 부르지만 뭐라도 더 먹고 싶어서(ㅋㅋㅋㅋㅋ) 도취에서 한잔 했다...

 

 

 

 

 

 

<판타스틱 플래닛>을 틀어주고 있었다.

 

 

 

 

 

 

수제 사과청 브리치즈구이 + 와인 한잔 이렇게 먹었음

치즈구이는 담백+쫀쫀+달달(∵딸기와 사과청)하니 와인과 함께 먹으니까 입에 착 감겼다. 그치만 나는 직전에 크로플을 혼자 먹어치우다시피 했던 탓에 많이는 못 먹음. 

다 먹고는 소화시킬 겸 지나랑 사직동에서 시청역까지 쭉 걸었다. 걷는 동안 확실히 종로는 둘러만 봐도 가슴이 뻥 뚫려서 좋다, 우리가 고교시절을 맨날 욕하긴 해도 학교 위치만큼은 참 좋았다....... 이런 얘기를 했다. 그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왜인지 가슴이 후련해서 꼭 이미 시험이 다 끝나고 해방자 신분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지랄소비벽은 이번주까지도 나에 지갑을 털어가서.... 이것도 샀음

이거 이후에도 리베카 솔닛 에세이, 스테판 츄바이크 소설, 장준하 에세이 등등 더 삼.....^^

 

 

 


 

 

 

 

 

 

이것도.... 보러 갔다

어째 일요일에만 간신히 시간 내서 문화생활 하는 건데도 이렇게 사진을 한데 모아두니까 꼭... 맨날 처놀고 처먹고 처사제끼는 인간 같다......

그렇다고 평일에는 공부 오라지게 열심히 하나??? 요샌 잘 모르겠다.... 수험생활 중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만큼이나 최악의 상황이 없는데 요즘이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어서 미치겠다.

 

 

 

 

 

 

이 전시를 보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인터넷에 떠도는 저 글귀 때문이었음.

 

 

 

 

 

 

그러나 전시 입구에 있던 인용구 중에선 앨리스 로버츠의 말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아무리 비관적인 사람이래도... 이렇게 인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거야...

 

 

 

 

 

 

처음에는 이거 다 모조품이라고 해서 살짝 실망했다 (아니 근데 모조품이 아니면 이렇게 유리막 없이 전시할 리가 없잖아...). 그러나...

 

 

 

 

 

 

루시가 있는 것을 보곤 마음이 싹 바뀌었음.

나는 루시의 이름이... 비틀즈의 LSD 마약쏭★에서 따온 것인 줄도 몰랐고ㅋㅋㅋㅋㅋ 루시가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인 줄도 몰랐다. 그냥 평범하게 살다 조용히 잠들어 묻힌 사람인 줄 알았죠...

비록 모조품이긴 해도 그 말로만 들어온 루시를 만나고 나니 슬슬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이렇게 세 살 반에 독수리에게 눈을 찍힌 뒤 잡아먹힌 애도 있었음(자극적인 것에 곧잘 흥미를 느끼는 타인의고통관망러...)

이렇게 쬐만한 인간들이 문명을 이룩하고 뽈뽈대고 돌아다니며 살다 갔을 생각을 하니 오싹했다. 

 

 

 

 

 

 

사람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두개골이었음

밖에 나왔는데 표범 밥이 된 이웃의 시체가 나무에 걸려 있는 걸 발견한다면... 제정신으로 못 살 것 같음....

 

 

 

 

 

 

알타미라 동굴을 재현한 전시장을 지나면 이렇게 원시 인류가 남긴 예술품들이 나온다.

초등학교 3학년 즈음에 가족여행 갔다가 반구대 암각화를 본 적이 있는데(당시에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것 같았음) 그때 못지않게 기분이 절로 오묘해졌다.

 

 

 

 

 

 

 

빌렌도로프의 비너스 실제로 처음 봐서 신기했다

아니 그러니까... 얘도 모조품이긴 한데... 그래도 책으로만 보던 애를 3차원 세계에서 만나는 건 신기한 일이잖아...

 

 

 

 

 

 

매장되어 있던 유해도 있었는데 요것이... 내 무의식 속에 강렬히 자리잡은 탓에 한동안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매장된 뼈 한무더기를 발견하는 꿈을 꿨다.

네안데르탈인의 유해 중에는 꽃가루 화석과 함께 발견된 것들도 있었다고 한다.

미개한 모습으로만 그려지는 그들이 실은 애도를 위해 망자의 곁에 꽃을 함께 묻어주는 인류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던데... 괜시리 서글퍼졌다. 하루 생명 부지하는 데만 급급했을 듯한 존재들도 슬픔이라는 걸 느꼈다는 게... 꽃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죽은 이를 그리워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게... 

 

 

 

 

 

 

이걸로 의식을 어떻게 진행했을지 매우 궁금했음

동굴에 살던 사람들이 모두 죽어 수만 년이 지나도록 곰머리뼈가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이것만 남겨두고 모두 다른 정착지를 찾아 떠난 것일지도 궁금했다. 의식에 쓰는 거라면 왠지 중요한 거라서 다른 곳으로 떠날 때도 챙겨갈 것 같은데.... 이런 잡념 도무지 멈출 수가 없음...

 

 

 

 

 

 

K-석기는 한국인답게 집요하게 갈아서 모양을 낸 티가 팍팍 났다. ㅋㅋㅋㅋㅋㅋㅋ

 

 

 

 

 

 

원시눈금자

이런 도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돌에다가 꾸역꾸역 눈금 그렸을 사람이 있었을 생각하니 귀여웠음

 

... 전시 꼼꼼히 둘러봐도 1시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고 구성도 알차니 인류애를 느끼고 싶다! 원시의 뼈다귀를 잔뜩 보고 싶다! 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길 추천함.

 

 

 


 

 

 

 

 

이거 너무 나라서 소름끼쳤음

요새는 영화 언더그라운드 사운드트랙에 꽂혀서 맨날맨날 그것만 듣고 사는데... (하도 들어서 라펨에서 이번주에 가장 많이 들은 장르가 Balkan이라고 보고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모님이 음악 좀 틀어봐라 하면 어어... 난 발칸뽕짝 듣고 싶은데... 하면서 움츠러들었음ㅋㅋㅋㅋㅋㅋㅋ

 

 


 

 

 

 

 

 

고맙읍니다 아부지...!

  1. + -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세상 뛰어 넘기 장상 -
      안녕하세요.
      저는 왓챠피디아 대신 레터박스를 이용 중이고, 해당 계정은 블로그 메인 페이지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혹 궁금하시다면 이곳을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리뷰는 거의 남기지 않고 있어요).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