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어가는 것이 뭐라고

  새해이고... 나에 소중한 호랑이에 해인데... 뭐 한살 더 먹은 것에 대한 감흥도 일지 않고... 어쩌라고요..... 싶은 상태다.

  해를 거듭할수록 생일/크리스마스/연말연시 가지고 왜들 그리 들뜨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이려니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내가 정말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치고 열심히 살고 있기는 한가 의문을 품게 되고 또다시 기분이 나빠진다.
  잠시도 쉬는 꼴을 못 보는 사람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인데 지금 공부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정말 남들보다 부지런하게 살고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예전부터 공부(순수학문을 위한 것 말고 단순 입신양명을 위해 머리에 이것저것 다 때려박는 행위)의 이런 측면을 싫어했고 두려워했다. 나에 대한 확신을 서서히 잃어가면서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힘들다.
  결국에는 다 나 좋자고 하는 일인데도 왜 이렇게 like jot인 걸까.... 더 즐겁게 보낼 수도 있었을 세월 동안 아프고 불안하기만 했던 것이 아쉽다. 그러나 가족 중 그 누구도 나보고 '여자애니까'를 들먹인 적이 없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공부하는 데 차질이 생기지 않게끔 애를 써줬다. 비슷한 상황에서 그런 기회를 누리지 못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정말로 힘들다고 한탄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아니 그렇다고 내가 입만 닥친다고 뭐 힘든 사람들을 전부 구제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정으로 아무 죄책감 없이 자기연민에 빠질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연말 앞두고 일요일에 미나 지나와 함께 팜팜발리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술만 들어가면 배가 부른 줄을 모르겠어서 어마무시하게 먹었다. 기분이 많이 좋아진 채로 인생네컷을 찍고선 헤어졌고 다음날까지 몸이 날아갈듯 가벼웠다. 음주한지 이틀째 되었을 때는 원상태로 돌아와서 찌뿌둥한 몸뚱이와 부루퉁한 정신머리가 되었다.





  풀다 말고 갑작스레 졸려져서 정신을 놨다.





  #mood





  올 1, 2월 무렵부터는 왓챠피디아를 쓰지 않기 시작했고(여러모로 레터박스가 내게 더 잘 맞았고 굳이 두 플랫폼을 모두 사용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왓챠로 본 영화들만 평점 기록이 남다보니 최고 별점작에는 연초에 본 영화들만 나왔다.
  동년배 친구덜보다 내가 여성 서사를 많이 보고 있는지도 의문이고(솔직히 내 취향만 보면 자의식 과잉 맨스플레인 끝장판 노란장판 중독자 같다;) 코미디, 범죄는 특히나 좋아하지 않는 장르인데 뭘 보고 저런 얘길 한건지 의문이다.

 

 




  화요일에는 미나와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지나는 퇴근하고 와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박스퀘어에 새로 들어온 가게에서 비건 카레를 주문해 봤는데 맛있었다.
가격도 6700원밖에 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카레도 7천원 밑으로 사먹기 힘드니까...





  밥 먹으러 나갈 때 열람실 자리 반납하는 거 잊지 말라고 미나에게 당부한다는 것을 깜빡 잊어서 좌석 미반납 누적 2회가 되고 말았다. 미나도 내게 반납하라고 말하려던 걸 잊어먹었는데 누적 3회가 되고 말아서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북카페 파오로 가서 밤 0시까지 공부하다 갔다. 공부가 잘 되어서 금요일까지 끝내려고 했던 경영을 이날 다 풀었다.

  월, 화 간만에 아주 열심히 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그뒤로는 엉망진창으로 보내고 말았다. 7일 연속 갓생 살기...... 너무 어렵다....



 

 

 

  안경+마스크 조합으로 공부하는 게 불편해서(안경테가 오래돼서 헐거워진 탓이 큰 것 같다. 마스크 벗은 상태에서도 코가 눌려서 아프다) 이씨씨 안경점에서 렌즈를 알아봤는데, 의외로 내 시력에 맞는 렌즈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살 수 있었다. 넣고 빼는 데 애를 많이 먹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이물감 없이 편하게 잘 쓰고 있다. 렌즈 넣으려고 눈꺼풀을 있는 힘껏 당길 때마다 '안달루시아의 개'가 생각난다.

  일곱살 때부터 안경을 썼던 탓에 안경이 메꾸지 못하는 얼굴의 여백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렌즈 맞추기를 무사히 성공하고 나니 용기가 생기고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하찮다 정말). 이제 줄담배를 피우고 병나발을 불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2022년 다이어리는 몰스킨 어린왕자 포켓 다이어리로 주문했다. 띠지 뒷면에 여우를 접는 방법이 적혀 있길래 오려서 만들었다.

  물론 내가 만들진 않았고 아버지의 손을 빌렸다(;;;). 초딩시절 저는 단 한번도 제 손으로 카네이션을 접은 적이 없읍니다...

 

 

 

 

 

 

 

  지나가 알려줘서 카카오뱅크 저금통을 새로 만들었다.

 

 

  

 

 




#mood(2)

난 아예 안 한 것도 아닌데... tlqkf....

 

 

무거운 내용을 읽기가 싫어서 킨들에서 찰리와 쪼꼬렛 공장을 사서 다시 읽는 중이다.

여전히 재밌지만 로알드 달도 결국 옛날 사람이구나.... 싶은 점들도 눈에 많이 들어온다.

(영국인이 들려주는) 멍청한 인도왕자 이야기를 읽을 때는 빻은 농담 하고 있는 사람 장단 맞춰주는 심정이었고,

움파룸파 관련 설정은 제국주의 열강이 지들이 식민지 만들면서 뻘짓하던 걸 갖다가 '걔네가 원한 거였다!'며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황금티켓..... 전세계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며....... 전부 유럽이랑 북아메리카 애들한테 돌아간 것 같은데(그중에서도 백인애들만).....? 

 

 





2021 가장 인상적으로 본 영화 top10:
- 미안해요 리키 / 켄 로치
- 클로즈 업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외침과 속삭임 / 잉마르 베리만
- 향수 / 톰 티크베어
- 그때 그 사람들 / 임상수
- 홍등 / 장예모
- 어댑테이션 / 스파이크 존즈
- 애리조나 유괴사건 / 코엔 형제
- 듄 / 드니 빌뇌브
- 프리다 / 줄리 테이머

2021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 top10:
- 조선의 퀴어 / 박차민정
- The Phantom Tollbooth
- 월하의 마음 / 김향안
- 사탄탱고 /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The Unabomber Manifesto / Ted Kaczynski
- 돌베개 / 장준하
- 모피를 입은 비너스 /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 욕구들 / 캐럴라인 냅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 이갈리아의 딸들 / 게르 브란텐베르그

  1. + -
    지나가다 우연히 글 읽게 됐어요. 최근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읽으면서 저도 그런 생각 들더라구요.ㅋㅋㅋ 왜 당첨자며 출연진은 다 백인이고 웃긴 이야기 속 주인공은 인도인인지!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