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with your head (220228-220306)

글쓰기도 다 타이밍이다.
시험 끝나고 나니까 너무 귀찮아서 한 문장도 적기가 싫음...




시험 D-14에 봉은사에 갔다.
코로나가 없어지길 비는 꼬마의 소원을 읽었다.







어릴때는 내가 아즈텍에서 태어났다면.... 진즉에 제물로 목이 따였겠지....?? 다행이다... 이랬는데
시험 코앞에 두곤 에휴 그냥 그때 태어나서 얼른 모가지 내주고 테노치티틀란의 여신으로 대접이나 받았어야 하는건데... 이랬다.






음.. 확실히 내가 수능 보던 시절에 비해선 멘탈이 많이 단단해졌다고 느꼈다(체력은 더 나빠진 것 같다. 고시 진입을 고민 중인 대학생이 있다면 미리미리 운동을 해 두도록 하자).
예전에는 숨 쉬는 것조차 스트레스를 받았다. 끝을 맺고 다시 시작하는 데 들이는 정신적 소모가 컸다. 올해는 덤덤하게 시험장에 들어갔고, 끝나고 나서도 아쉬움을 느껴도 그대로 드러누워 혼자 땅굴 파며 한탄하는 짓 따위는 벌이지 않았다. 공부하면서 우울한 잡념에 시달리는 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시험 당일날과 그 직후에 대해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 컨디션으로는 다시 달릴 힘이 나서 다행이다. 재수 시작할 때에 비해서도 딱히 아무 생각이 안 든다(그땐 그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실패였기 때문에 타격이 크긴 했다). 초심자의 행운이 어느 정도는 따랐을 테고 앞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작년보다 훨씬 지치는 때도 많겠지만 그게 딱히 두렵진 않다.
그래도 시험 끝나고 나서 뇌가 다 타들어간 것만 같았기 때문에 일주일은 푹 쉬고 다시 달리기로 했다.




월요일엔 미나의 졸업식이 있었다. 지나까지 합류해서 같이 사진 찍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잠깐 신촌으로 건너가 알라딘을 구경했다.




이미 초미니북으로 갖고 있긴 했지만 거기엔 없는 대문짝만한 이상의 사진 때문에 한권 더 살까 고민했다.
옆면에 때가 심하게 묻어 있는 것을 보고서야 미련을 버릴 수 있었다.





시험 치기 전에 미리 학교 생협 온라인 쇼핑몰로 학사모 곰돌이를 주문했었다. 졸업식 당일에야 곰돌이의 왼손에 졸업장이 들려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우리 세 사람은 모두 mbti가 i로 시작하는 수줍은 내향인들이기 때문에 뚝딱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경치가 좋은 곳으로 가서도 배경이 하나도 나오지 않게 촬영을 했다.




식당 예약 시간이 되기 전까지 잠깐 카페 페라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때부터 나는 조금씩 초조해졌다. 데못죽 굿즈가 내가 집을 비운 사이 와버렸고, 엄마에게 불량 없는지 대신 확인해주면 안돼...? 라고 톡을 보낸 뒤에 후회를 했기 때문이다.





공덕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2015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를 보낸 동네를 다시 찾아가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내가 절친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동안 엄마가 물건이 문제없이 잘 왔다며 보내준 사진이다.
배경까지 깔고 찍어주셔서 뭔가 더 수치스러웠다.
이 기이한 잡동사니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처음으로 부모님과 세대차이를 느꼈다. 차라리 내가 나 오늘 남친 사귐 그리고 키스도 진하게 갈기고 왔음; 이라고 말했으면 부모님이 어어 그러냐? 하고 마셨을 거다.
두분은.... 활자 아이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셨다....







화요일엔 집에서 쉬다가 저녁에 엄마랑 리코리쉬 피자를 봤다.
pta 최근 작들보다는 부기 나이트나 매그놀리아 같은 최근 작품 느낌이 많이 났는데, 곱씹어 보면 몽글몽글한 첫사랑 영화인 희한한 영화였다.
쿠퍼 호프만은 pta가 보자마자 널 아버지를 대신할 배우로 키우고 말겠다고 벼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쏙 빼어 닮았다. 보는동안 엄마랑 계속 헐 뭐야.... 자기 아버지랑 너무 똑같잖아...!! 하면서 봤음
포스터를 꼭 구하고 싶었는데 코엑스 메가박스엔 없었다. 며칠 후에 아트하우스 모모랑 씨네큐브도 찾아가 봤더니 마찬가지였다. 시험 기간에 산책할 겸 롯데시네마라도 얼쩡거려 볼 걸 아쉬웠다.






데못죽 컵은 홍차 컵이 되었다. 지금은 컵받침도 잘 쓰고 있다.
아빠는 한동안 혼란스러워 하시다가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신 듯하다. 가끔 보면 여기에 커피를 따라 마시고 계신다. 최근에는 인강 신청할 돈 줄테니까 문대한테 쓰지는 말라고도 하셨다. 그러면서 그룹 이름을 물으시기에 그것까진 알려고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수요일엔 혼자 국중박으로 갔다.
상설전은 이미 질리도록 봤기 때문에 특별전을 보고 나서 사유의 방을 가볼 생각이었다.



거북목을 한 불상들을 구경하느라 나도 거북목이 되었다.
이날 처음으로 렌즈 끼고 전시회 보러 갔는데, 안경 썼을 때만큼 설명문이 잘 보이지 않아서 컴컴한 조명 속에서 애를 먹었다.






호랭이를 쓰담쓰담 하고 계시는 집사 스님 같아서 찍었다.






국중박 특별전은 후반부에 끝내주는 전시품 하나를 끝내주는 연출로 전시해서 힘을 뽝! 주는 경향이 있는데(적어도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선에서는 2009년 통일신라 조각전 때부터 그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관람객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어서 할머니 모시고 엄마까지 동행했더라면 두분 다 재밌게 보셨을 것 같았다.





관음보살님 제 소원도 들어주세요...





사유의 방은......... 짱이었다..... 걍 이건 글로 표현할 수 없음
2007년 즈음에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전시한다고 해서 엄마랑 같이 보러 갔었는데, 그당시에도 반가사유상의 아우라에 압도돼서 돌아오고 나서도 한참을 묘한 감정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구경을 갔지만 매번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시관에 분위기를 깔아 주니까 매번 받던 느낌이 더 극대화됐음......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로 붐벼서 셔터 소리가 어수선했는데도 한참 몰입해서 보다 갔다
실은 눈물도 조금 날 것 같았는데 그건 내가 수험생이라서 감정과잉 상태이기 때문일 거다.




바로 나가기는 아쉬워서 요즘 상설전시 중 그나마도 가장 가본 지 얼마 되지 않아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 중앙아시아관을 둘러보고 왔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복희와 여와 그림이 여기 걸려 있었는데(이쪽 역사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해서 중국 신화 그림이 중국관에 없는 게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건 온데간데 없어지고 다른 유물이 새로 전시되었다.





목요일부터는 계획이 조금씩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리움미술관 일반 전시관이 무료가 되었다길래 ㅋㅋ개이득!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쎄한 기분이 들어 찾아보니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했다.
이번에 열린 특별전은 그다지 끌리지가 않았고, 예술의 전당 마티스 전, 세종문화회관 칸딘스키 전, DDP 달리 전도 구성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갈 곳이 없었다.
그래도 일단은 집에서 시간을 날리는 것보단 나가서 뭐라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나갔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충정로에서 내렸다.





고등학교 때 집이 이 근처였기 때문에 하굣길에는 프랑스 대사관을 지나쳐가야 했다. 한옥 느낌이 나던 건물을 아예 헐어버리고 리모델링을 하는 건가 싶어 확인해 봤더니 그건 아닌 듯했다.
지금 보니까 구석에 새똥 테러 머선일이고;;;





학교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기찻길...
여기로 이사오고 나서 처음 등교하던 날 이 앞에서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미나를 마주쳤고 그렇게 절친이 되었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면 무슨 청춘물 영화 같아 보이는데 아무래도 파스텔톤 하이틴 드라마보다는 술에 찌든 참여시인의 일기장에 남을 법한(그러니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노란 장판의 느낌이 없잖아 있다는 것이다) 충정로의 특징상 그리 샤랄라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우리 기억 속에서는 나이브하게 보낼 수 있던 마지막 나날들이라 많이 미화되어 있긴 하다.






이 자리엔 원래 짜장면과 탕수육이 맛있는 중국집이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입학하던 날 가족들과 그 식당에 가서 점심을 맛나게 먹었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입학식 직후에 식당을 헐어버리길래 그냥 빌딩을 짓나보다, 아쉽네, 하고 말았는데 대학교 들어갈 무렵에 으리으리한 교회가 세워졌다.
짜장면이 맛있는 식당을 없앤 곳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서 여길 지나다닐 때마다 꽁해진다.





서역박과 서울시립미술관도 이미 질리도록 다녔기 때문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광화문 교보문고로 갔다.





이집트 도감이 정말 탐났다. 4-5만원대일 것이 뻔해서 가격은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교보문고는 그새 책보다 문구류의 비중이 더 커진 것 같았다. 책 읽을 공간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던 2015년 무렵에만 해도 책과 문구류가 7:3의 비율로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역으로 3:7의 비율이 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제발.... 대형 서점들이 책이나 열심히 팔아주면 좋겠다... 나 어릴 적 강남교보처럼 책 읽을 공간도 많이 만들어 놓고.... 영풍문고마저 문구점에 서점이 입점한 꼴로 변해 버려서 불만스럽다.
아무래도 교보문고는 천장이 거울로 되어 있던 시절이 가장 좋았다.






이걸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포장이 되어 있어서 읽을 수가 없었다.
시험까지 한두달 정도 남았을 무렵에 박시백쌤이 만화책을 내는 꿈을 꾸곤 그게 꿈이었는지 생시였는지 긴가민가했는데 정말로 고려사 책이 나와버렸다(내 꿈속에서도 고려사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근현대사 책이었던 같기도 하다). 사고 싶어서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이지만 완결 후에 멋진 박스세트가 나와서 나를 더 분하고 안달나게 만들 것이 뻔하기 때문에 완결가지 버티려고 한다.




딴얘기지만 궁예도 상당한 핫가이로 등장하는 듯하다. 유딩 때 읽었던 맹꽁이 서당 고려편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핫가이다. 이런 비주얼로 뽑아 버리면 꼭 이상한 애들이 팬덤을 형성하면서 얘가 온갖 뻘짓을 해도 크아아아악 서사가 너무 맵다!!!! 최고의 서사다!!!!! 이런다. 내 얘기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면,




6시 반에 지나를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남아돌아서 별수없이 서역박을 가야 했다.
저 그림 속 출근하는 관리처럼 나도 동태눈깔로 아진짜요? 하면서 영혼 없이 전시를 봤다. 흥미로운 것도 많았지만 내가 서역박 고인물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정동과 그 일대가 아무리 좋아도 칠팔 년을 넘게 다니면 물리기 마련이다.
이 그림을 로스쿨에 다니기 시작한 미나와 학교 정식 발령이 난 지나에게 "영혼 털린 채로 일터 가는 게 우리랑 똑같은 듯..." 하면서 보내줬더니 무척 좋아했다.





조선시대의 네트워킹이란 정말 지독했구나... 친목하자. 죽을 때까지 친목하고, 갠플하는 놈은 개가 되는 걸로. 뭐 이런 이상한 드립을 생각했다. 아무래도 연휴나 생일에나 한번씩 인사하고 모임에는 일절 나가려 들지 않는 나같은 인간은 조선시대엔 살아남기 힘들었겠다고 느꼈다.





이건 너무 충격적으로 반가워서 찍었다.
어릴 때 인생 만화책이었던 <박떡배와 오성과 한음>에서 오성과 한음이 김일과 이노끼 놀이를 하면서 레슬링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물은 처음 봐서 신기했다.





시간이 너무 가질 않아서 속으로 울부짖으면서 서울시립미술관도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호주의 원주민들과 관련된 전시를 해서 흥미로웠다. 이거 외에도 천경자 그림이랑 다른 특별전도 볼까 싶었는데 다리가 분질러질 것 같아서 그냥 신촌으로 갔다.
유플렉스나 좀 둘러보다 지나를 만나려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 그냥 학교 잉여계단에 누워있기로 했다.






음... 내 생각엔 이 건물이 푸른 신촌의 꿈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인 것 같다.
고3 때 수능 끝나고 애들이랑 뭣도 모르고 여기서 닥터 스트레인지를 보러 갔다가 충격을 받았고 며칠 후엔 엄마를 데리고 여기서 엘 패닝이 나오는 엉망진창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원망을 들었다. 그뒤론 절대로 여기서 영화를 보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만큼 흉흉하진 않지만 그래도 정말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비주얼인 건 여전하다.
비대면 수업 이후론 항상 텅 비어 있던 이씨씨 잉계는 다시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라 낯설었고 휴학 이전의 학교생활이 그리웠다.
휴학생은 휴학학학 하고 웃는다!! 라는 드립이 있을 정도로 휴학을 동경하는 세상이지만 시험 공부하려고 휴학한 학생들은 그딴 걸 누릴 기회가 없다. 올드보이 생활을 하면서 언제쯤이면 복학할 수 있을까? 친구들 석박 딸 때 학사 따면 어떡하지? 이러고 산다.






코지라운지 2호점은 처음으로 와봤다.
이날 유독 술맛이 죽여줘서(이렇게 저급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꿀떡꿀떡 넘어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쫙쫙 빨아 마시곤 한 잔 더 시키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지나와 헤어지기 전에 인생네컷을 찍었다. 귀신처럼 하얗게 질려서 나왔다.
요새는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잘 모르겠다. 거울로 보는 모습, 증명사진, 남이 찍어준 사진, 친구들이랑 '사적으로' 찍은 셀카, 졸업식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 찍은 단체사진..... 전부 미시적으로 보면 나를 나로 인식하게끔 하는 공통된 인상이 있는데 거시적으로 보면 다 다르게 생긴 것 같다. 필터를 안 써도 그렇다.
너무 피곤해서 12시 반에 바로 잠들었다. 몇달 동안 동네에서만 산책하고 가끔 학교 가는 게 외출의 전부였기 때문에 나흘을 내리 쏘다니는 게 힘들었다. 테아닌을 먹지 않아도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금요일엔 엄마를 데리고 환기미술관에 가려고 했다.
작년 이맘때쯤 김향안의 <월하의 마음>을 읽은 뒤부터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내가 유일하게 시간을 낼 수 있던 일요일에는 휴관을 한다고 해서 시험이 끝나기만을 고대하게 만든 곳이었다.



근데 이렇게 인증사진까지 찍고 입구에 가서 보니 휴관이었다.
너무 흥분해서 전날 리움 가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홈피를 한번 더 확인할 생각은 않고 냅다 출발해 버린 거다.




동네 강아지 고양이들이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윤동주 문학관에 가려고 했다가 길을 못 찾아서 포기하고 버스를 탔는데, 우연찮게도 바로 다음 정류장이 문학관이어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중학생 때 갔을 때는 아직 공사 중이어서 많이 휑했는데 그새 정비를 잘 해두었더라......

문학관 둘러보고 나서는 정말로 지쳐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와선 <파수꾼>을 봤는데 재미가 없었다. <우리들>의 남고 버전이라는 얘길 들어서 기대를 했는데 걍.... 너희들 싸우지 말어라... 라는 생각만 했다. 요새 내가 영화에 흥미를 잃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파수꾼>을 괜찮게 보셨던 아빠는 <우리들>이 잘 만든 영화인 것과는 별개로 잘 공감이 가진 않았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 정반대인 것을 보니 남고 생태계를 겪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인 건가 싶기도 하고... (나는 <우리들>만큼 초등학교 여자아이들 심리를 잘 다룬 작품이 없다고 생각한다) 근5년간 골치아픈 대인관계게 휘말린 적이 없어서 내가 이런 이야기에 둔감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토요일엔 그냥 집에 늘어져 있었고... 일요일엔 지나랑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 갔다.
원래 일요일엔 막연히 지나를 만난다.... 어디서...? 하면서 고민 중이었으나 삼일절 행사 때 보곤 ㅇㅇ당장가줄게 하면서 방문하게 된 것..





34번 "운동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자."가 유독 공감이 갔다. 이런 이상한 의도로 쓰신 것이 아닐텐데 이번 수험생활 막바지에 운동부족으로 체력 바닥나는 게 확 와닿았어서....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이랬음...





K-테크놀로지가 이정도의 경지에 올랐나! 싶을만큼 화려한 뭔가가... 뭔가가 정말 많았다.





광복군가도 들어볼 수 있었다. 도입부에 잠깐 나오는 원곡이 더 좋았는데 커버곡으로 넘어가서 좀 아쉬웠다.





찍을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꼬마가 같이 찍혔네...
경위대 제복을 입은 마네킹이 유독 샤프하다고 지나가 말했다. 내가 봐도 그랬다(이사람들진짜... 이상하게관람을했음)





환국 이후에도 다들 오랫동안 고생하고 혼란을 겪어야 했던 것 생각하면 쓸쓸해지고.... 그랬다....






역시나 마음에 들어서 사진으로 남긴 글귀





제대로 확인을 못 했는데 그림체가 <제시 이야기>와 흡사한 것을 봐선 박건웅 화백이 그린 것일 거라고 추정했다(확신하고 있다).





조소앙 열사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삼일절 행사 때 봤던 장소!





관람 마치고 버스 타러 내려갈 때 보니 이런 벽화가 있었다.





로뎀나무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식사하긴 아직 이른 시간이라 이화빌딩에 있던 어느 카페로 갔다.
여기 한창 공사 중이던 고3때 건물주 이름이 교목쌤이랑 똑같애서 우리끼리 맨날 동명이인일지 아니면 교목쌤이 진짜 건물주인지 엄청 궁금해했는데... 미스터리는 끝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이곳은 뭔가 굉장히 부유해 보이는 건물로 거듭났다. 문 한가운데에 교표 달려있는 거 보면 뭔가 보건교사 안은영 드라마판에 나올 것만 같고 묘함...




로뎀나무는 6, 7년 사이에도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저렴하기로 유명했던 이대 앞 식당들은 이제 6, 7천원으로 한끼 먹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는데.... 오랜만에 이렇게나 저렴한 가격을 보니 믿기지가 않았다.



치즈+불고기+라면사리+볶음밥으로 주문해도 만삼천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건너편 카페에서 커피 두잔 사마신 값이 더 비쌌다.
여전히 맛있었다. 처음 고입 설명회 앞두고 탐색차 여기 왔을 때만 해도 여기가 이 근방 맛집이라던데... 나도 여기 학교 다니면서 이런거 사먹고 싶다... 이러면서 한그릇 뚝딱 비웠는데ㅋㅋㅋㅋㅋㅋㅋ 만성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고시생의 몸뚱이로 오니 고작 국물 몇 번 홀짝이고도 속이 쓰리고 버거웠다.





볶음밥 여전히 미친 맛임
2인분 시키면 배가 터져도 헉헉대면서 입에 다 처넣게 되기 때문에 1인분만 시켰다. 속이 좋지 않았는데도 순식간에 다 비웠다.




코로나 여파에도 닫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아 준 로뎀나무 고맙다...♥
경향신문에도 은근 맛있는 식당들 많이 입점해 있었는데(그래서 경향신문 입사하면 맛있는 거 많이 먹지 않을까?? 이런 얘기 애들이랑 종종 하고 그랬다 ㅋㅋㅋㅋ) 지금은 다른 가게들이 들어와서 아쉽다. 모노치즈 입점했을 때는 한동안 그리로 건너가서 베이글 사먹기도 했는데...




암튼 지금은... 꽤 덤덤하게 공부를 하고 있다...기보단 멘탈은 덤덤한데 집중을 1도 못하는...
불과 2주전에만 해도 크레이지스터디머신 같앴던 나자신이 믿기지가 않는...... 개차반주둥아리수험생이다.
계획표대로 착실하게 하고 있긴 한데(대선투표하고 와선 개판을 치고 있지만) 뭔가 욕심만큼 몸이 따라주질 않아서 자꾸 안달이 난다.
곧장 회계천재가 될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바로바로 알아먹질 못하고 맞추질 못하는 건가 싶어서 짜증이 나기도 하고...
마음을 조급히 먹는 게 오히려 독이 되는 시험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무의식적으로 수험생활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서 더 그렇다.
잘 이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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