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최근 읽은 것 중 가장 재밌게 술술 읽혔던 책이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개썅마이웨이 태도를 보면서 은근하게 힘을 얻었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책의 논지가 완전히 뒤집어져서 대충격 받았음 ㅋㅋ 제목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밝혀졌을 때도 꽤 충격적이었고...

그는 또 어쩐지 미심쩍어 보이는 사람과도 어울려 다니기 시작했다. 외딴 곳에 살고 있는 조슈아 엘런우드라는 가난한 농부였는데, 그는 그 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식물의 학명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갖췄다는 이유로 그 노인은 이웃들에게 "꿈도 야망도 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아버지는 내게 알려주었다. 혼돈이라는 막무가내인 힘의 거대한 소용돌이, 그것이야말로 우연히 우리를 만든 것이자 언제라도 우리를 파괴할 힘이라고 말이다. "혼돈은 우리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의 꿈, 우리의 의도, 우리의 가장 고결한 행동도. 절대 잊지 마라." 데크 아래 솔잎들이 쌓인 땅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말했다. "너한테는 네가 아무리 특별하게 느껴지더라도 너는 한 마리 개미와 전혀 다를 게 없다는 걸. 좀 더 클 수는 있겠지만 더 중요하지는 않아." 당신 머릿속에 존재하는 위계의 지도를 들여다보느라 아버지는 여기서 잠시 말을 멈췄다. "과연 네가 토양 속에서 환기를 시킬 수 있을까? 목재를 갉아 먹어 분해의 속도를 높이는 일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네가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런 면에서 지구에게 넌 개미 한 마리보다 덜 중요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지."



"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 무는 모든 것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아버지는 수년 동안 오토바이를 몰고,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게 가능할 때마다 큰 배로 풍덩 수면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신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죽음이 데이비드로 하여금 겁을 집어먹고 단 1초라도 질서에 대한 추구에서 물러서게 했을까?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혼돈이 공격해올 때면 더욱더 강한 힘으로 반격하는 그 특유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는 고기를 잡는 더 공격적인 기법을 발명하기 시작했다.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폭발과 함께 물고기들이 물 밖으로 튀어나오게 했고, 산호를 망치로 쳐서 그 속에 숨은 물고기들을 꺼냈다. 그중 가장 '기발한' 방법은 조수웅덩이의 작은 틈새에 숨어 있는 '수많은 작은 물고기들'을 꺼내기 위해 독을 사용한 것이었다. 데이비드는 조수웅덩이에 독을 조금씩 뿌리고는 이내 둑중개, 불가사리, 망둥이가 순식간에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갈수록 더욱더 내 아버지와 비슷한 소리를 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은 매번 숨 쉴 때마다 자신의 무의미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거기서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어디를 들여다봐도 보이는 건 그것뿐이었다. 오만에 대한, 마술적 사고에 대한 엄중한 경고. 예를 들어 진화론에 대한 강의 요강에서도, 우주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다룬 섹션 하나를 통째로 끼워 넣은 걸 볼 수 있다. "자연은 인간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라고 그는 썼다. "자연에 참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자연의 법칙은 바꿀 수 없으며... 그 법칙을 거스르는 자는 공기로 된 방망이를 휘두르는 셈이다."



데이비드는 청교도답게 손을 게으름에서 벗어나게 하라고 권한다. "활동적인 야외 생활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건강과 함께 영혼의 고통은 사라진다". 그는 우리 몸이 일으키는 전기에 구원이 있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시기에 쓴 한 강의 요강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행하고, 돕고, 일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정복하고, 실제로 실행하고, 스스로 활동하는 데서 온다." 내 생각에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그가 말하려는 요점 같다. (후략)



사람이 계획을 세우고 창조하기 시작한 이래, 사람이 노력해서 이룬 결과가 그토록 처참하게 파괴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엄청난 규모의 재앙 앞에서 그렇게 푸념하지 않는 인간을 만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평범한 한 남자가 자기 자신에게 그토록 희망차고, 그토록 용감하며, 그토록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는 모습을 보여준 일은 그전엔 결코 없었다. 왜냐하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사람이고,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도 사람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그 지진과 화재가 준 교훈이다. 그가 지은 집은 무너지기 쉬운 카드로 지은 집이지만, 그는 집 밖에 서 있고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다. 위대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보다 더 경이로운 일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 도시란 사람들로 이루어지며, 사람은 영원히 자신이 창조한 것들보다 높이 올라가야 한다.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보다 더 위대하다.



내가 받은 전체 교육과정 가운데 이 나라가 우생학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전혀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우생학은 미국식 신여성과 포드 모델 T 못지 않게 미국 문화의 두드러진 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비주류가 아니었고, 당파를 가리지 않았으며, 20세기의 첫 다섯 대통령이 모두 우생학의 밝은 전망을 찬양했고, 하버드부터 스탠퍼드, 예일, 캘리포니아 버클리, 프린스턴까지 전국의 모든 명망 있는 대학들에서 우생학을 가르쳤다. 우생학 잡지, 우생학 화장품, 심지어 우생학 경진 대회도 있었다. 주 박람회의 축제 분위기 물씬 나는 천막 아래서 가장 적합한 가족과 최고의 아기를 뽑는 콘테스트가 종종 열렸다. 호박의 크기와 무게를 재듯 아기들의 무게와 치수를 쟀다. 흰 피부, 둥근 두상, 가장 대칭이 잘 이뤄진 이목구비에 파란 리본이 주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철학과 도덕, 심지어 과학의 주장 중 어느 것 하나도 우생학에 대한 데이비드의 확신을 뚫고 들어가지는 못한 것 같다. 다른 우생학자들과 함께 그는 반대자들을 순진하고 감상적이며, 너무 아둔해서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거라고 무시하고 넘겼다. 데이비드는 《당신의 가계도》라는 우생학 선언서에서 "교육은 결코 유전을 대체하지 못한다"고 단언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 문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아랍의 속담이 하나 있다. '아버지가 잡초이고 어머니도 잡초인데 딸에게 사프란 뿌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그는 왜 평화주의자라는 인기 없는 대의에 그토록 전념했을까? 데이비드가 판단하기에 전쟁은 한 국가의 가장 훌륭하고 똑똑한 인재를 고갈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형 루퍼스의 죽음을 결코 잊지 않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가장 좋은 자질을 지닌 남자들이 싸우러 나가 죽으면 "부적합한" 자들이 남아서 번식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수백 명의 관중을 앞에 두고 말했다. "한 국가가 낳은 최고의 인재들을 파괴하는 일에 내보내면, 차선의 사람들이 그들의 빈자리를 메울 것입니다. 약한 자들, 악한 자들, 낭비하는 자들이 번식하고... 나라를 다 차지해 버릴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자신의 우생학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평화주의자가 된 것이다.



큰언니는 물고기를 놓아버리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언니는 어류라는 범주 전체를 바로 손에서 놓아버렸다. 왜 언니에게는 그게 그렇게 쉬운 거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잖아." 언니는 평생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늘 반복적으로 오해해왔다고 말했다. 의사들에게서는 오진을 받고, 급우들과 이웃들, 부모, 나에게서는 오해를 받았다고 말이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우리가 자연 위에 그은 선들 너머에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어떤 범주들이 무너질 참일까? 구름도 생명이 있는 존재일 수 있을까? 누가 알겠는가. 해왕성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비로 내린다는데. 그건 정말이다. 바로 몇 년 전에 과학자들이 그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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