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사실과 아기를 갖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P.에게 편지로 알렸다. 우리는 앞으로의 우리 관계에 대해 아무런 확신 없이 헤어졌고, 임신 중절 결정이 그에게 크나큰 안도감을 전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지만, 나는 무사태평한 그의 태도에 고통을 줄 수 있어서 만족했다. 일주일 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달라스에서 암살당했다. 그러나 그런 사건조차 내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이야기와 함께 시간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시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끌고 갔다. 이제 나는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끝까지 가리라 결심했음을 알고 있다. 스물세 살, 임신 진단서를 찢어 버리며 임신 중절을 결정했을 때와 똑같이. 내 상황을 생각하며, ‘그것’을 지칭하는 표현은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았다. ‘아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