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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사냐건 웃지요 (221103-221204)

    귀찮아서 업데이트 미뤘더니 더 귀찮아졌다... 으아아아아아악




    11월 두번째 주에는 가족들이랑 이래저래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매일 학교에 가서 공부하게 되었다.
    동네 산책이 지긋지긋해지던 차에 잘 되었다 싶었는데 목요일부턴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고 무척 피곤했다(pms가 겹쳐서 더더욱 그러하였음)...
    잠 깨려고 생협 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바보처럼 다른 벗이 주문한 아이스티노를 받아서 마시곤 주문이 잘못 나온 줄 알았다. 정신이 없어서 느닷없이 자기 음료수를 강탈당한 벗에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사과가 어영부영 끝난 것 같아 영 찝찝했다.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싶던 차에 미나가 갑자기 나타나서 쪽팔림을 덜 수 있었다. 미나도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더니 받자마자 쏟아버렸다... 아마 1300원어치 커피 중 500원어치밖에 마시지 못했을 거다.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둘이서 패트와 매트처럼 난리를 치다가 헤어졌다. 돌아가기 전에 미나가 초콜릿을 하나 줬는데 되게 맛있었다.



    입학처 근처에서 이런 레이저빔(?)을 바닥에 쏘고 있어서 신기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같은 곳을 지날 때는 보이지 않았다.



    숨은 뽀미 찾기



    주당순이익실 전기위험..
    맨날 사진 찍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다가 결국 못 참고 찍었다.






    부모님 일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만나서 신촌으로 우육면 먹으러 갔다.
    간판에 '대만 우육면'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어서 당연히 그게 상호명인 줄 알았는데 청화당이 진짜 이름이었다.



    그런데 어향가지볶음이 가장 괜찮았다. 간판에는 우육면을 자신감 넘치게 내걸었으면서 어째서 맛은 어향가지볶음이 가장 좋은 것인지...!!
    고등학교 중국어 회화 수업 들을 때 '어향 돼지고기 볶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곤 어향 냄새가 나는 음식이라면 정말 끔찍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상한 냄새는 전혀 나지 않고 오히려 맛있었다.





    중도에서 머리 식힐 겸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을 빌리러 돌아다니다 엄청난 곳을 발견했다. 어지간한 서점들보다도 다양한 종류의 만화책이 한가득 있었다. 국내에서 구해보지 못한 만화책들도 보였다.



    이런것도 올려도 되나...?
    제목이 화끈해서 인상적인 만화책도 있었다.





    생협에서 최근 새로이 중독된 허쉬초콜릿...
    요새 너무 단 것만 많이 먹는 것 같아서 입맛 없어도 초콜릿이나 캔커피 류는 덜 먹으려고 한다.



    고양이 급식소에선 까치들의 뷔페가 열리고 있었다. 사악해 보여서 귀여웠다.



    모 만화 캐릭터가 아빠 젊은 시절 닮았다고 했더니(덕분에... 성격이나 서사가 너무나도 내 취향인데도 자꾸 아빠 옛날 사진 보는 느낌이라 최애로 삼을 수가 없다...)
    아빠가 굉장히 못마땅해했다…
    그러나 엄마는 동의하는 눈치였음



    원래 공부하던 곳에서 무슨 공사를 해야 한대서 자리를 옮겼는데 정수리 바로 위에 cctv가 있었다.
    감시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자 오히려 집중력이 무너져내려서 말그대로 좃된 공부를 했다.



    경향신문 플랫에서 보곤 예약했던 도서가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올해 읽은 것 중 가장 좋았던 책 10권에 들어갔다.



    이틀 뒤 가보니 원래 공부하던 곳 바로 옆에 도서대출기가 생겼다.
    가끔 책 빌릴 때 밑에 층까지 내려가기가 은근 귀찮았는데 잘된 일이다.



    넷플릭스에 트리비아버스라는 것이 있길래 해봤더니 찐천재가 되었다. 정병이 올락말락할 만큼 깎여있던 자존감이 조금은 회복되었다.



    맘에 드는 다이어리가 없어서 그냥 스터디플래너나 하나 살까 하던 차에 이화수첩이 출시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장 하나 장만했다. 휴학한 뒤로 학생회비를 내지 않아 학생수첩 배부를 받지 못하던 것이 아쉬웠는데 디자인이나 구성이 학생수첩과 거의 흡사해서 무척 만족하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대동제 날에만 해도 푸릇푸릇했던 삼도천 계단이 어느새 붉게 변했다.

    (좌) 처음 발견한 날 (우) 이틀 뒤



    중도에서 조예대 건물로 내려가는 길에 웬 그림책이 놓여 있었다.

    다음날도... 그 이후에도... 한동안 책이 그대로 있더니 어느날 홀연히 종적을 감췄다.
    간만에 비가 내린 다음날 사라졌는데 젖지는 않았을지 걱정스러웠다.
    한편으로는 이걸 에타나 이화이언에 올려서 주인을 찾아줘야 하나 싶어 고민되던 차에 알아서 떠나가줘서 홀가분했다.



    그사이에 가탐을 보다 자연스레 프로농구에 입덕을 하게 되었고...?
    나에게 가탐 영업을 받은 A와 함께 썬더스를 응원하게 되었고....??
    올스타 투표... 라는 것도 하기 시작했다... 몇년 전 친구가 프듀 가지고 난리를 칠 때만 해도 허허 왜이러나 이사람아~ 했는데... 내가... 이런것도 하게 되었구나... 싶었다. 자신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미친듯이 하게 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대학 와서까지도 계산기 두드리며 공부하게 될 줄은 몰랐고... 포토카드 같은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문화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열심히 수집하고 있고...



    Y 언니가 월간권태 로고 그립톡을 보내주었다.


    뭐가 3주 남은건가 싶어서 불안해졌는데 페이지 D-21를 참고하라고 메모한 것이어서 안심했다.



    최근에 신기한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요상한 미로 같은 아파트에 이사를 오게 되어서, 아 이걸 어떻게 묘사해야 하나... 아파트 단지 자체가 한 채의 건물이자 하나의 동네 같은 모습이었는데, 알록달록한 색감에 이웃들은 하나같이 점잖은 데다가 깨끗하고 세련된 상점이 많이 있어 그곳에 머무를 때마다 무척 행복했다. 깨어날 때면 내가 한번도 본 적 없는 공간을 그렇게나 구체적으로 구상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예전에 합스부르크 전 티켓을 얼리버드로 두장 예매했었는데
    갑자기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서... 그리고 때마침 시간 맞는 사람이 아빠밖에 없어서... 아빠 차를 타고 같이 전시를 보러 갔다.




    이 그림 빼곤 다 별로였다...
    내가 이 시대 유럽 문화에 딱히 관심이 없는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봤던 국중박 특별전에 비해 전시품이 부실했고 설명도 어수선하기 짝이 없어 전시의 주제가 명확하게 와닿지 않았다. 차라리 상설전시관의 세계도자관 전시가 훨씬 퀄리티가 좋다.




    이건 어디서 많이 본 그림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는데 존 버거의 <Ways of Seeing>에서 본 그림이었다.
    킨들로 읽은 책이라 흑백으로만 봤는데 컬러로 보니 반가워서 사진을 찍었다.


    성 세바스티아노는 내 친구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냉큼 찍었다. 하여간에 이런 것만 환장을 하고 좋아한다고 아빠가 흉을 봤다…
    아빠 데리고 사유의 방이랑 기념품점 구경시켜 드리고(무척 즐거워하심) 집 와서 치킨 시켜 먹었다.
    전시는 별로였지만 아빠 모시고 오랜만에 전시를 보러 갔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아빠가 국중박에 온 것은 아마도 2011년 초상화 전시회 이후로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기억한다. 생전 어디로 바람 쐬러 나가지도 못하고 지내시는 게 요즘 안쓰러워서 어디 나갈 일 있으면 억지로라도 끌고 나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가끔 내가 머무르고 있는 이 공간이 숨 막힐 정도로 답답하게 느껴지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장 나아갈 세상조차도 너무 좁게 느껴져서 사는 게 막막해질 때가 있다. 부모님의 세상도 지금 당신들이 계시는 곳보다는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비가 오고 나서는 낙엽이 더 많이 떨어져서 삼도천 계단 주변 나무들이 앙상해져 버렸다...




    결국 못 견디고 농구 경기를 예매했다.
    A가 같은 날 친구랑 보기로 먼저 약속을 잡았다고 해서 나는 다른 지인이랑 보러 가기로 했다.




    산책을 하는데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애가 손을 흔들고 있길래 봤더니 길고양이에게 인사를 하는 거였다. 가까이 다가가긴 무서웠는지 멀찍이서 계속 손만 흔들어 주고 있었는데 귀여웠다. ㅋㅋㅋㅋ
    동네 꼬마들이... 귀엽다.
    아침 일찍 학교 갈 때마다 집앞에서 마주치는 여자애도 하나 있는데 똘똘하게 생겨서 나도 모르게 걔를 무척 이뻐하게 됐다. 한번은 오후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걔를 마주쳤는데 아침에만 해도 정갈했던 앞머리가 산발이 되어 있었다.



    오전 공부 일찍 끝낸답시고 새벽에 일어났던 탓에 비몽사몽했는데 시끌거리는 분위기에 잠이 싹 달아났다. 살아평생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이어서 처음에는 기가 빨렸다.
    길을 잃을까봐 조금 서둘러 왔더니 동행보다 한참 먼저 오게 되어서 앉아 기다리는데 무척 어색했다.
    그래도 자리는 시야도 좋고 위치도 이동하기 딱 편해서 앞으로 직관을 더 오게 되면 꼭 여기로 예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정신없이 보느라 처음의 어색함도 싹 잊어버렸다.
    이래서 전두환이 3s 정책을 했구나... 싶었다. 피곤하다고 일요일에 집에만 처박혀 있는 것보다 훨씬 가슴도 후련하고... 이런 덕질이라면 해도 나쁠 것이 없겠다. 내가 운동부족으로 우울해져 있다면 남들이 운동하는 걸 구경하면 되는 거였다.
    돌아와서 맥주를 한캔 마셨다. 오랜만에 술기운이 도니 긴장이 싸악 풀리는 게 기분이 좋았다.




    10월에 주문했던 오목눈이새 인형이 도착했다. 무직타이거 스트레스볼과 크기가 비슷할 줄 알았는데 훨씬 작았다.
    가방에 걸 생각이었는데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자 도저히 험악한 등굣길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꼴을 견딜 수가 없을 듯해 집에 모셔두기로 했다.



    엄마가 이노헤어(올해 단골이 되어 엄마에게도 추천을 해준 미용실이다)에서 펌을 하고 학교 앞으로 찾아왔다. 같이 아콘스톨에서 이른 저녁을 사먹고 일요일에 본 농구 경기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펼쳤다. 아빠에겐 놀릴 게 뻔해서 차마 하지 못한 사담이었다.. 암튼..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 그동안 혼자 먹기엔 양이 많을까봐 아콘스톨 순대떡볶음은 먹어보질 못했는데 무척 맛있었다. 양도 생각보다 적당했고.
    주문 기다리다가 사장님이 나오셨을 때 꾸벅 인사를 했는데 사장님께서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고마워하셨다. 무어라 몇 마디 더 말씀하셨는데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알아듣질 못하고 그냥 호호호^^하고 멍청하게 웃으면서 얼버무리고 말았다...



    기출문제 풀 때 시간 재려고 드레텍 스톱워치를 하나 샀다. 좀 심심해 보이길래 미나가 준 스티커를 하나 붙였더니 훨씬 귀여워졌다.

    졸업이 급선무인 것 같아 내년에는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복학을 하기로 했다.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에는 학기 중에 하던 공부가 훨씬 쉽고 재밌었다는 생각이 들어 휴학 이전의 생활이 그리웠는데, 막상 돌아가려고 하니 과거에 괜찮게 받았던 성적들도 죄다 운빨로 받았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 시절부터 나는 잘 했다는 칭찬을 직접적으로 들어서 내 삶에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얻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그럴 일 없이 아무리 노력해도 내 노력이 상대적으로 보잘것없어지는 상황에만 끊임없이 놓이다 보니 점점 더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내가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 하는 것이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끔은 서글퍼진다. 그 누구보다도 인생에 대한 확신도 크고 목표도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남들보다 더 짙은 안개 속을 끝없이 걷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지언정 내가 내린 결정들에 대해 후회했던 적은 한번도 없던 것 같다.
    아쉬움을 느끼더라도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그럼 된 거 아닐까...?

    yunicorn